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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살병사 조의금 횡령 사건’ 허위 헌병 보고서로 알려졌는데… ‘증거 자료’ 조의금 서류 남기지 말라는 육군

[단독] ‘자살병사 조의금 횡령 사건’ 허위 헌병 보고서로 알려졌는데… ‘증거 자료’ 조의금 서류 남기지 말라는 육군

입력 2014-05-21 00:00
업데이트 2014-05-2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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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보다 ‘유출 봉쇄’ 공문 내려

‘자살 병사 조의금 횡령’ 사건 이후 육군본부가 사건 공개의 단초가 된 조의금 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부에 보고를 하지 말고 서류도 남기지 말라’고 일선 예하부대에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사건·사고 은폐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육군 등에 따르면 육본 헌병실은 지난 3월 헌병실장 명의로 사단급 이상의 헌병대에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업무추진 강조’라는 제목의 지휘서신을 발송했다. A4용지 4장 분량의 이 서신은 ▲부적절한 격려금 수령 및 금품 수수 향응 접대 근절 ▲국민 권익과 인권 보호에 근간을 둔 민원업무 처리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수사업무 처리 등에 대해 평이한 표현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군 수뇌부의 폐쇄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육본은 ‘속보 보고 내용은 핵심 사항 위주로 정리하되 조의금 관계, 틀에 박힌 유가족 동향 등은 확인하지 말고 결과 보고에 포함하지도 말 것’과 ‘사건기록 송치 서류는 지휘관이 철저히 확인·감독하고 수사 서류 외 불필요한 서류를 합철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 등을 지시했다.

조의금 횡령 사건은 자살한 김모 일병의 유족 측이 지난해 국가배상 소송 중 헌병대의 보고서를 보고 ‘조의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는 허위 내용을 확인하며 불거졌다. 일선 부대에서 향후 이 공문에 따라 사건·사고 때 조의금 관련 서류를 남기지 않으면 사망 군인의 유족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조의금 횡령 사건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우리도 조의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읍소하는 유족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문제의 공문은 군 헌병대의 부적절한 처신을 자성하자면서도 강력한 경고가 아니라 ‘피지원 부대로부터 격려금을 수령하는 것을 근절하기 바란다’, ‘민원조사관은 법률적 양심과 국민 정서에 부합된 민원업무 처리를 당부드린다’ 등 당부 일색의 내용으로 쓰여져 유가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육본 헌병실은 지휘서신 발송 이후 격려금은 지휘 계통에서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정부패 신고제도를 적극 이행하겠다는 등 추상적이고 짧은 개선방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김 일병의 사망 경위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앞서 육군 중앙수사단이 조사에 나섰으나, 중대장 등을 불러 사실 여부만 물어보고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자 그대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법무관 출신의 강석민 변호사는 “병영 내 사망 사건은 군이 보안, 기밀 등을 이유로 실체적 진실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법의학자, 감식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기구를 만들어 사망 초기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는 내부 문제를 감추고 방어하려고만 할 뿐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지적하며 “군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문제를 신고할 수 있도록 독일식 국방감독관 제도와 같은 독립적 감시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4-05-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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