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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채소값 곤두박질…깊어지는 농민 시름

화훼·채소값 곤두박질…깊어지는 농민 시름

입력 2014-05-15 00:00
업데이트 2014-05-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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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공급에 세월호 여파로 소비까지 위축 ‘이중고’”행락철·선거 특수 기대했는데 허사…하소연도 못해”

세월호 여파가 화훼·채소 농가에도 몰아쳤다.

가뜩이나 과잉 생산으로 곤두박질친 가격에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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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 팔리면 좋으련만…’
’오늘 다 팔리면 좋으련만…’ 본격적인 나들이 철로 접어들면서 청주 농수산물도매시장에 활기가 넘쳐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최대 화훼단지인 진천군에서 서양란을 재배하는 김모(44)씨는 한해 최대 대목인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다.

예년 이맘때면 ‘가정의 달’ 특수로 일 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각종 지역 행사·축제가 취소된 탓에 주문량이 전과 같지 않다. 게다가 예년 같으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야 할 가격은 원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씨가 재배하는 서양란 ‘덴파레’ 품종의 경우 5월 기준 한 본당 평균 5천∼8천원을 호가하지만 최하 2천원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이런 추세라면 연 수입이 반 토막 날 판”이라며 “경제적 피해가 크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화훼농협 엄호용 경매사는 “올해는 지방선거도 있어 최대 ‘꽃 특수’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수요가 급감해 제값을 못 받고 있다”며 “경매장에서 가격을 확인하는 농민들의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미안할 정도”라고 전했다.

채소 재배 농가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청원군 현도면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고모(48)씨는 한창 일손이 부족할 때지만 일꾼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 토막 난 오잇값에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가라도 보전하려면 오롯이 부인과 단둘이서 고생을 해야 할 처지다.

고씨는 “3월 중순부터는 열흘 간격으로 잎을 따줘야 하는데 뚝 떨어진 채솟값 탓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농가의 깊은 시름은 소상공인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로 접어들면서 봄 채소나 과일 소비가 급증, 활기 넘쳐야 할 청주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재고 처리에 한숨짓는 도·소매 상인들의 탄식이 가득했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상품 가치가 뚝 떨어지는 신선품이라 헐값으로라도 팔아치우려는 심산이지만 소비 부진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곳에서 30년째 장사해 온 최모(70)씨는 “평소 40만∼50만원어치의 채소를 사가던 거래처 마트도 엊그제는 안 팔린다며 16만원어치만 사갔다”며 “쌓여가는 상자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고민은 농가와 업계에 몰아닥친 격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배추 한 포기 도매가는 8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485원보다 1천592원(64%)이나 하락했다.

양파는 1kg당 48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96원보다 무려 1천610원(77%)이나 폭락했다.

하지만 배추와 양파 모두 이달에도 출하량이 22%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소비 부진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격 하락세를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정보팀장은 “출하량 증가와 소비 부진에 따른 화훼·채소류의 가격 하락 현상이 장기화되면 농가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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