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13만명 추모… 특검서명 물결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 주세요.”6일 오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희생자 부모 11명이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든 채 10m 거리를 두고 마주 선 조문객들을 향해 소리 없이 호소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말없이…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영혼을 울리지 마세요’
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이 특별검사 도입 등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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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자식 잃은 슬픔도 클 텐데, 끝까지 진상 밝혀야”
6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은 일반 참배객들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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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자 세월호 침몰 21일째인 이날 분향소 정문 앞에서는 유족들의 침묵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앞서 희생자 부모 50여명은 지난 3일부터 하루 10시간씩 돌아가며 분향소 침묵시위를 계속해 왔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3반 김모(17)양의 아버지 김중렬(43)씨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해 유족들이 번갈아 가며 시위를 하게 됐다”면서 “(시위를 하느라) 생업에 타격이 크지만 많은 분이 유족들의 뜻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자녀를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조문객들로 분향소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헌화를 마친 뒤 분향소 출구의 노란 리본이 가득한 게시판에서 다른 조문객들이 붙여 놓은 메시지를 읽던 차모(41·여)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같은 부모로서 아이들이 그렇게 갔다는 사실에 속상하고 화가 난다”면서 “아이들이 7세, 10세, 13세인데 모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송관석(41·자영업)씨는 딸 효은(17)양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구조 시간이) 한 시간만 빨랐어도…”를 연발했다.
분향소 출구 앞 테이블에서는 전날 시작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의 희생자·실종자 조기 수습과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청문회 요구 서명운동이 한창이었다. 조문객들은 젖은 눈을 닦지도 않은 채 곧바로 펜을 들고 서명에 참여했다.
자녀 2명과 조문을 마치고 나온 손준호(44)씨는 “이번 사건을 보면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잘못이 너무 큰 것 같다”면서 “끝까지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조카 2명을 잃은 김용태(42)씨는 “구조, 수색 작업부터 거짓말을 일삼은 정부에 (서명운동을 통해) 특별검사, 청문회, 국정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분향소 출구에서 홀로 피켓을 들고 조문객들을 향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서명운동을 독려했다.
분향소에는 이날까지 학생 185명, 교사 4명, 일반인 24명 등 희생자 213명의 영정이 모셔졌다. 3~6일 연휴 동안 가족 단위의 조문객이 이곳에 몰리면서 오후 11시 현재 총 43만여명의 시민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5-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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