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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반환’ 인혁당 피해자들 끝나지 않은 절규

‘배상금 반환’ 인혁당 피해자들 끝나지 않은 절규

입력 2014-01-15 10:30
업데이트 2014-01-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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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반환’ 인혁당 피해자들 끝나지 않은 절규
’배상금 반환’ 인혁당 피해자들 끝나지 않은 절규 ’배상금 반환’ 인혁당 피해자들 끝나지 않은 절규 (서울=연합뉴스)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2차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강창덕 씨. 강씨를 비롯한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가족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중 상당액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이 끝나고 2009년 가지급 신청을 해 490억원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2년 뒤인 2011년에 가지급한 금액보다 적은 279억원으로 배상금을 확정한 바 있다.
49통일평화재단 제공
”우리가 반환해야 할 원금이 15억원이고 여기에 이자까지 더하면 20억원이 넘어요. 그 엄청난 돈을 우리가 어떻게 갚습니까.”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2차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강창덕(87)씨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구순을 바라보는 강씨는 억울하고 기가 막힌다는 말을 반복했다.

2차 인혁당 사건은 유신 정권의 대표적인 공안조작 사건으로, 8명이 사형됐고 17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2년 이에 대해 사과했다.

인혁당 피해자와 가족 77명은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이 끝나고 2009년 가지급 신청을 해 49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년 뒤인 2011년에 가지급한 금액보다 적은 279억원으로 배상금을 확정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중 상당액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갖은 고초로 얼룩진 인생을 보상받나 싶었는데 다시 고통에 빠진 것이다.

강씨는 그런 처지에 내몰린 2차 인혁당 피해자 중 한명이다. 대구 출신인 강씨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982년 특별사면됐다.

고문과 옥살이 끝에 출소한 그를 기다린 것은 고문 후유증뿐 아니라 아내의 죽음 그리고 가난이었다. 간첩으로 몰렸던 그를 일가친척조차 외면했다. 강씨는 세 아들과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강씨는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고 재심에서 무죄 선고도 받았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2009년 보상금 일부를 가지급받았다. 강씨는 약 15억원, 세 아들은 각 6억여원씩을 쥐었다.

형편이 피나 싶었다. 그런데 2011년 대법원 판결에 이어 작년 10월 국가가 지급한 배상금이 과다하다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패소해 15억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환금 외에도 가지급금을 받은 2009년부터 판결 선고일인 작년 10월까지는 연 5%, 그 이후에는 연 20% 이율을 적용해 이자를 내야 한다.

강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판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배상금도 반환하지 못했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리 받은 건 다 써버리고 없어요. 소송이 마무리되면 나머지 3분의 1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하고 그동안 졌던 빚도 갚고 기부도 많이 했어요.”

빼앗긴 세월의 대가를 받은 그는 지난 40여년간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사례하거나 빚을 갚았고, 주변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던 어려운 동료를 도와주기도 했다. 인혁당 피해자 재단 출범에도 기금을 보태는 등 사회환원에도 힘썼다.

배상금 반환과 관련한 항소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데다 소송 인지대를 낼 형편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월세 방에 살면서 지인들에게서 돈을 융통해 생활하고 있다. 고문 후유증과 심장병 치료비를 내기도 벅차다.

두 아들은 직장인이고, 다른 한 아들은 실직자라 변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15일 “죽을 때까지 채무자로 살 아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빚은 산더미로 불어나고 갚을 능력은 없으니 같이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강씨뿐만이 아니다. 국가가 배상금 차액과 이자를 환수하겠다며 낸 16건의 소송에서 피해자와 가족은 줄줄이 패소했거나 패소 위기에 놓였다.

강씨는 “훔친 것도 아니고 정당히 받은 돈을 이제 와서 부당이득이라며 이자까지 물어내라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고문에 무기징역까지 받았던 인생을 보상받나 했지만 다시 지옥에 떨어졌다”고 했다.

”한평생 민주화운동을 한 건 정말 자랑스럽고 후회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 내 비참한 꼴을 보세요. 이 운명은 내가 만든 게 아닌데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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