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의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피의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질문해 피의자가 심리적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영중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 내란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송모씨가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아들 장애에 대한 질문을 받아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오 변호사에 따르면 국정원 수사관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조사실에서 송씨를 신문하던 중 송씨가 진술을 거부하자 “아들이 많이 아프던데 병명이 뭐지요?”, “압수수색 당일 아들이 이동한 곳이 어디죠?”라고 피의사실과 무관한 질문을 했다.

이 수사관은 송씨가 계속 진술을 거부하자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데 아들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것인가요?”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고 송씨가 계속 답변을 거부하자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변호사는 “송씨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을 앓고 있어 사지가 서서히 굳어가고 있다”며 “수사관은 이미 주거지 압수절차에서 구급차를 동원할 만큼 사전에 피의자의 자녀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 수사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유도할 목적으로 중증장애를 앓는 자식을 이용했다면 이는 내면세계의 아픔을 이용하는 위법 수사이며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로서 아들의 장애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많이 괴로웠다”며 “국정원 측에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해 인권위에 진정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