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퍼지는 핼러윈 문화, 지나친 상업성 논란

국내서 퍼지는 핼러윈 문화, 지나친 상업성 논란

입력 2013-10-31 00:00
업데이트 2013-10-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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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풍속인 핼러윈(Halloween·10월31일)이 국내에 상륙해 파티 문화 등으로 퍼지는 현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한 놀이 문화 중 하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유래도 모른 채 상술에 놀아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핼러윈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아일랜드 지역 켈트족의 풍습이었다. 켈트족은 자신들의 새해인 11월1일 전날 밤 망자(亡者)들이 1년간 영혼을 머물게 할 육체를 찾아 집집이 방문한다고 믿어 이날 귀신 복장을 하고 망자의 영혼을 막았다고 한다.

이 풍속이 기독교 전파 이후 축제로 바뀌었고, 청교도들과 함께 미국으로 전래돼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호박 속을 파내고 겉에 유령 모양을 새긴 뒤 안에 촛불을 켜는 잭오랜턴(Jack-o’lantern)이 핼러윈의 상징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핼러윈이 알려지고 있지만 클럽 행사나 파티용품 판매 등 소비중심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핼러윈에는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 클럽들이 ‘핼러윈 데이 파티’ 등을 내세워 손님을 끄는 풍경이 매년 연출된다. 일부 젊은 층은 고급 호텔에서 밤새 유흥을 즐기기도 한다.

한 30대 여성은 “핼러윈을 즐기겠다며 하룻밤에 60만원씩 하는 호텔방을 잡아 놓고 밤새 핼러윈 파티하는 이들도 봤다”며 “요즘은 고급 호텔들도 자체적으로 핼러윈 행사를 마련해 손님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들까지 핼러윈 행사를 열면서 부모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있다. 대형 할인마트나 인터넷 쇼핑몰 등도 핼러윈이 되면 파티용품 등 관련 상품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직장인 류지성(37)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핼러윈 복장을 준비하라고 해서 아이가 원하는 아이언맨 의상을 샀는데 비싸기도 하고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이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겪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한국 고유 명절은 잘 모르면서 상업화한 외국 풍속을 아무 맥락 없이 받아들이는 세태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대학원생 김소영(37·여)씨는 “우리 고유문화나 절기에는 별 관심 없는 젊은 층이 서양 풍습인 핼러윈에 유독 열광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밸런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 등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강상하(26·여)씨는 “처음에는 우리와 아무 관계없는 외국 문화를 왜 즐기나 의아했지만 생각해 보니 참여적인 놀이문화가 워낙 없어서 특이한 외국 놀이문화에 열광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핼러윈 문화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상업주의로만 기울어지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핼러윈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굉장히 강한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이교 문화가 함께 융성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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