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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이돌’ 되려면 수천만원 빚·술자리는 참아야 하나요

‘0.1% 아이돌’ 되려면 수천만원 빚·술자리는 참아야 하나요

입력 2013-10-23 00:00
업데이트 2013-10-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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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 인권침해 실태 세미나

#사례1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A(22)씨는 2년 전 “6개월 안에 데뷔시켜 주겠다”는 말에 깜박 속아 3600만원을 날렸다. 소속사는 A씨에게 ‘디폴트 계약’(연습생의 소속사 이탈 방지를 위해 보증금을 받은 뒤 6개월이 지나거나 그 안에 데뷔하면 돌려주는 계약 방식)을 요구했다. 당장 돈이 없던 A씨에게 회사는 연이율 44%에 육박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상품을 권했다. 그러나 데뷔는 쉽지 않았다. 데뷔 날짜는 계속 미뤄졌고 기획사에 전달하기 위해 빌린 돈에는 이자만 쌓여갔다. A씨는 1년째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연예인의 꿈을 포기했다.

#사례2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던 B(20·여)씨는 성형 수술을 강권하는 기획사에 질려 연습생 생활을 포기했다. 한 달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체중 검사도 스트레스였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B씨에게 “너는 성형을 안 하면 데뷔를 하지 못한다”, “살을 빼라”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했다고 한다. B씨는 “자기 관리가 필요한 직업이지만 양악 수술 등 위험한 수술을 아무렇지 않게 강요해 힘들었다”면서 “외모와 관련한 폭언도 적지 않게 들었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온 B씨는 “당시 미성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뷔하려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술자리에 나오라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털어놨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연예인 지망생의 인권 문제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명암을 짚는 ‘연예인 지망생 인권 실태와 보호 방안’ 세미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인권포럼이 연 이번 세미나에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인 이덕민 변호사가 대표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홍종구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과 김정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성폭행 등 연예인 지망생의 인권 유린 원인을 ‘연예산업 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기획사 355곳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수 연습생이 데뷔하기까지 평균 1년 3개월 정도가 걸린다”면서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53.1%)은 도중에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50여팀으로 한 팀당 평균 5명이 멤버라고 해도 전체 데뷔한 인원 수는 250명에 불과하다”면서 “연예인이 되려는 아이들은 많고, 데뷔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불합리한 구조가 인권 피해 사례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본부장도 “절반이 미등록인 1000여개의 연예기획사 난립이 연예인지망생의 인권을 유린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면서 “관련법 제정을 통해 연예기획 사업자의 자격을 규정하고, 대중문화 제작업과 기획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등록제’, ‘매니저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10-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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