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장기미제’ 해결한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팀

’16년 장기미제’ 해결한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팀

입력 2013-09-10 00:00
업데이트 2013-09-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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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하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전씨 일가 압박 주효

검찰의 사정 칼날 뒤에는 늘 중립성·공정성 시비가 뒤따른다.

비단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반응이 갈리는 공안 및 정치권 수사 뿐 아니라 재계에 대한 수사, 심지어 개인 간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엇갈린다.

지난 4월 취임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했다. 검찰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공정성·중립성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고도 여러차례 밝혔다.

채 총장 취임 이후 대형수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 일말의 논란없이 모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사건으로는 단연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가 꼽힐 수 있다.

지난 5월 24일 채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에 집행 전담팀을 구성한 뒤로 검찰의 발걸음은 110일 간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당초 ‘전두환 추징팀’은 서울중앙지검에 김민형(사법연수원 31기) 검사와 수사관 중심으로 꾸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팀장을 김형준(연수원 25기) 외사부장으로 교체하고 외사부 소속 검사 4명을 전원 투입했다.

여기에 신건호(35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와 이건령(31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가 합류하면서 총 9명의 검사와 수사관 30여명, 국세청 및 세관 파견직원 4명 등 총 52명의 대규모 팀으로 확대 편성했다. 명칭 역시 ‘집행 전담팀’에서 ‘특별 환수팀’으로 변경했다.

특별팀에는 대검 특별수사체계개편 태스크포스(T/F, 옛 중수부) 소속의 계좌추적 전문요원과 디지털포렌식센터의 과학수사전문요원도 포함됐다.

외사부 검사의 전원 투입은 특별팀의 환수 작업이 국내 재산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장남 재국씨의 해외계좌, 차남 재용씨의 미국 내 부동산 투자, 삼남 재만씨의 미국 와이너리 등 해외 재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환수작업에 들어간 특별팀의 주된 목표는 미납추징금 1천672억원을 모두 환수한다는 것이었다.

특별팀의 전씨 일가에 대한 전략은 ‘강하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로 요약된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시행 나흘 만에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환수작업에 들어간 특별팀은 ‘강공’과 ‘지공’을 적절히 배분해 공략에 나섰다.

언론의 관심과 과당경쟁으로 전씨 일가의 차명재산에 대한 무더기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서도 특별팀은 차분히 전씨 비자금과 관련된 ‘옥석가리기’를 진행했다.

일가 중 처음으로 전씨 처남 이창석씨가 소환되고 조카 이재홍씨마저 체포되면서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특별팀은 그러나 차남 재용씨를 소환하기까지 다시 충분한 간격을 두면서 전씨 일가가 충분히 자진납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기도 했다.

재국씨의 부동산을 차명 관리한 조카 재홍씨를 체포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가 풀어준 것도 일종의 ‘강온 전략’의 일환이었다.

특별팀은 전씨 일가를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거나 형사처벌 카드로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오히려 추징금 환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압수수색과 자료 분석, 소환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수없는 ‘불면의 밤’을 보낸 이는 실무 총괄지휘를 맡은 이진한(21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다.

이 차장검사는 채 총장 취임 후 ‘국정원 대선·선거개입 의혹’을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했고 전씨에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도 이끌어냈다.

이 차장검사의 지휘 아래 특별팀을 이끌어 온 김형준 외사부장은 법무부 국제법무과와 UN 주재 법무협력관 등 주로 외사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초 인천지검 외사부장 재직 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해 재용씨의 부인 박상아씨를 기소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팀이 발로 뛰는 사이 옛 대검 중수부의 명맥을 이어받은 특별수사체계개편 T/F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특별팀을 지휘ㆍ지원했다.

검찰 내 기획·공안 요직을 두루거친 오세인 연구위원(검사장·18기)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환수 작업을 지휘했다.

검찰 내 대표적 ‘특별수사통’인 이동열(22기) 특별수사체계개편 T/F 팀장, 이두봉(25기)·조상준(26기) 과장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특수사건 못지않게 어려웠던 환수작업 걸림돌을 하나하나 해치웠다.

조만간 검찰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부서로 재탄생하게 되는 특별수사체계개편 T/F 입장에서는 ‘전두환 미납추징금 집행’이 조직의 틀과 지휘체계를 재정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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