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동물이라도 무단으로 구출하면 절도죄

학대받는 동물이라도 무단으로 구출하면 절도죄

입력 2013-04-19 00:00
업데이트 2013-04-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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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이라도 주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구출했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박모(42)씨는 지난 2011년 11월 경기도 과천의 한 주말농장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개와 닭을 발견했다.

철장 안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녹슨 사료그릇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굶주린 동물들이 개소주를 만들기 위한 용도로 키워지고 있다고 의심한 박씨는 이후에도 2∼3차례 농장을 찾아 상황이 나아졌는지 확인했다.

여전히 사정이 개선되지 않자 박씨는 동물들을 강제로 구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같은 달 26일 새벽 3시께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 3명과 함께 농장을 다시 찾았다.

절단기로 우리를 자르고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꺼내 포천의 동물보호소로 데려가 치료하고 예방접종도 했다.

박씨는 그러나 경찰에 잡혀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8월 열린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물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볼 때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곧바로 구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소유자에게 시정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동물보호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신고나 보호조치 없이 동물들을 꺼내 간 것은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동물을 구한 것이며 절도를 통해 이득을 취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또 관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알 수 없었고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한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항소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박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박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절도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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