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떠보니 해고”…학교 비정규직 성토

“아침에 눈 떠보니 해고”…학교 비정규직 성토

입력 2013-02-13 00:00
업데이트 2013-02-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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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면서 너무나도 비참했지만 꾹 참고 일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해고라니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고용불안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교육 당국을 향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매년 새 학기를 앞두고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당하는 사태가 되풀이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교무실, 행정실, 돌봄교실, 특수교실, 과학실, 도서관 등 학교 대부분 영역에서 일하지만 처우는 열악하고 고용은 불안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A중학교에서 1년간 조리원으로 일한 이주니씨는 최근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재 A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원은 7명. 그러나 올해 학생 수가 줄어 인력 배치 기준에 따라 조리원 수가 6명으로 조정됐다.

배치 기준대로라면 학생이 13명만 덜 줄었으면 해고 없이 조리원 7명이 계속 그대로 일할 수 있었다.

이씨는 “13명 덜 줄어든다고 일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사람 1명을 잘라야만 하느냐”라며 “지금도 힘든데 7명이 하던 일을 6명이 하면 그 일을 어떻게 다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고 통보를 받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간 교장으로부터는 ‘서울교육청에 가서 교섭하라’는 무책임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여름에 전기료 아낀다고 조리실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 온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영양사에게 ‘이봐요, 아줌마’로 불리며 무시당하면서도 쉴 틈 없이 일했는데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대구 B중학교에서 3년간 급식조리원으로 일한 권영자씨도 지난달 학교 측으로부터 계약 만료 통지서를 받았다.

권씨가 2010년 시간제, 일당제가 아닌 2년 동안 사고 없이 일하면 무기계약이 되는 조건으로 취직했다. 그러나 학교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권씨에게 올해 8시간 근무하던 것을 4∼6시간으로 줄이고, 9개월만 계약하자고 요구했다.

이후 권씨는 교장과 대구교육청을 찾아 월 100만원도 안 되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직장생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권씨에게 돌아온 건 학교의 ‘계약 만료 해고’를 통보였다.

권씨는 “3년 동안 아파도 한번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서류 한 장으로 직장을 잃을까 봐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C여고의 특수교육보조원 이명숙씨는 6년간 학교 5군데에서 일하면서 6차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1년 파견실습을 하면 교육청 소속 특수지도사가 될 수 있다고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매년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육보조원은 주로 자폐학생, 지적장애학생들을 살펴야 하기에 경력이 필요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교육청이나 학교는 경력이 없어도 되는 보조라 하면서 무시한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새학기를 앞두고 1~2월이면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받는 ‘해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ㆍ학급 수 감소, 정부ㆍ교육청의 사업 변경, 예산 감소 등의 이유에서다.

기간제법에 따라 사용자는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근속 2년을 앞둔 근로자를 해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정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사무처장은 “학교구성원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주기적인 고용불안을 겪으며 낙담하는 상황에서 공교육 질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육 당국은 정규직 사용 원칙을 세우고 국가 및 교육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해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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