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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낙율 실종사건 초기수사 ‘용의자에 농락’

부산 최낙율 실종사건 초기수사 ‘용의자에 농락’

입력 2013-01-23 00:00
업데이트 2013-01-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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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통화내역으로 생존 가능성에 무게 ‘오판’…수사정보도 넘어가

실종 당일인 2007년 4월19일 최씨 부부는 각각 집을 나간 뒤 동업자인 A씨를 만나고 사라졌다.

A씨는 나흘 후 최씨 가족과 함께 실종신고를 하자 경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실종신고 후에도 최씨 부부가 살아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최씨의 아파트 화단에서 최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한 뒤 최씨 부인 조영숙(52)씨 명의의 휴대전화로부터 두차례 전화가 걸려오는 등 최씨 부부 가족이나 지인에게 걸려온 10차례에 걸친 통화내역이 근거였다.

걸려온 전화는 모두 간단한 말을 하거나 별말 없이 끊어져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통화가 대부분이었지만 경찰은 조씨가 살아있을 것으로 봤다.

울산, 대구, 경주 등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조씨의 휴대전화 명의로 전화가 걸려왔고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만하면 이내 전화기 전원이 꺼져 추적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찰의 초동수사는 이런 오판에서 시작됐고 수사방향이 갈피를 잡지 못한채 혼란에 빠졌다.

사상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경찰청 전담팀이 재수사에 나선 결과 A씨가 실종 당일 최씨 부부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부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최씨의 것은 지인을 통해 화단에 버리고 부인 조씨의 전화로 남편과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최씨 부부가 살아있는 것처럼 하는 바람에 경찰 수사에 혼선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은 조씨가 아닌 A씨의 사주를 받은 제3의 여성인 것으로 추정되며 용의자 A씨가 자살하면서 정체를 알기 힘들어졌다.

경찰은 애초 최씨 부부의 동업자로 이해관계가 밀접했고 마지막 목격자, 신고자였던 A씨에 대해 의심을 가져볼만 했지만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알리바이’만 믿고 깊이있는 수사를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최씨 부부 행방수사에 별 진척이 없었음에도 A씨를 재수사하지 않았다.

그런 A씨가 5년만에 원점에서 시작된 재수사에서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치밀한 방해…수사정보 누출로 진술조작 빌미 = 경찰은 최씨 부부 실종 이후 부산이 아닌 실종 전 최씨가 한 재개발 사업에 3억원을 투자한 경주에서 최씨의 에쿠스 차량이 발견된 점, “에쿠스 발견지점 반경 1㎞를 정밀수색하라”는 경찰서로 날아온 익명의 편지 역시 수사망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와중에서 신고자인 A씨를 수사의 조력자로 생각하고 수사 진행상황을 노출시키는 등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일례로 최씨 부부 실종 후 지인들에게는 조씨의 전화가 오면서 정작 아들에게는 전화가 오지 않아 이상하다는 가족들의 경찰서 방문이 있은 다음달 아들에게 조씨 명의로 휴대전화로 10초가량의 짧은 연락이 온 사실은 가족과 경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또 “최씨의 휴대전화로 나에게 전화를 걸고 (최씨) 아파트 부근에 버리라”는 A씨의 지령을 받은 A씨 지인이 정작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위치를 노출한 실수가 A씨 귀에 흘러들어가 경찰조사 전 진술을 조율했다는 증언이 이번 재조사에서 새롭게 밝혀졌다.

결국 A씨는 주변에서 경찰수사상황을 유유히 지켜보며 혼선을 야기하고 수사망을 피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수사기록을 검토해보면 사실상 주도면밀한 용의자에게 경찰수사가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처음부터 살해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인 수사를 보다 충실히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씨 가족은 “A씨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족보다 훨씬 더 자주 경찰서를 들락날락해 거의 모든 수사정보를 알고 있는 듯했다”며 “실종신고 전 가족회의까지 소집했던 A씨가 만약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면 정말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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