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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은 증언보다 증거를 더 믿는다

배심원은 증언보다 증거를 더 믿는다

입력 2013-01-16 00:00
업데이트 2013-01-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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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무죄율 높은 이유는?

‘배심원 무죄율이 높은 건 CSI(미 과학수사대원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 효과 때문?’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의 1심 무죄율(3.3%)보다 2배 가까운 6.3%로 파악됐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중범죄자들이 배심원의 관대함을 악용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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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이 15일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검찰청의 ‘국민참여재판이 배심원 무죄 평결에 미치는 요인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배심원은 피해자라고 해도 진술을 번복하면 불신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평결이 난 734건 중 무작위로 86건을 뽑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무죄 평결의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40건·46.5%)이었다. ‘목격자·참고인 등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죄 평결한 사례까지 합하면 51.5%(44건)에 달했다. 또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음’(29.1%),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 부족’(22.1%)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살인미수처럼 피의자의 고의성 여부가 유무죄를 가리는 중대 변수로 작용하는 사건에서는 판사는 유죄를, 평결단은 무죄를 선고한 경향이 뚜렷했다. 분석 대상 중 살인미수 사건은 모두 14건이었는데 이 중 12건에서 판결과 평결의 유무죄가 엇갈렸다.

피해자 증언에 의존하는 성범죄 사건도 시민 평결단이 피해자 진술을 의심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많았다. 일례로 2009년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강간미수·상해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단이 “피고 A씨가 여성 B씨를 성폭행하려고 여관방에서 심하게 구타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 평결했다. “피해자가 폭행당한 정도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꾼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구진은 배심원단이 피해자나 목격자 진술을 의심하는 성향을 보이는 데 대해 ‘CSI 효과’가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CSI 효과란 미국 과학수사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시민들이 완벽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들이 증언보다 법과학 증거를 더 신뢰하고 특히 DNA나 지문 증거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수사기관의 조사 방법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권고 수준인 배심원 평결이 앞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윤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백을 받는 데 집중하는 조사 관행을 깨고 피해자, 참고인 조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검찰, 경찰이 듣고 싶은 질문만 유도심문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개방형 질문을 통해 폭넓은 진술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1-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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