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신 발간 김재호씨
“제가 감옥에 갇히고서 우울증을 앓던 딸이 아내에게 그랬대요. 아빠가 우리를 배신하고 떠났다고. 가슴이 미어졌죠.”용산참사 생존자인 김재호씨가 수감 중 딸 혜연양에게 보낸 만화 편지 중 일부.
서해문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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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4주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들과 유가족들이 14일 오전 서울 한강로 옛 남일빌딩 앞에서 국민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가진 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들과 유가족들이 14일 오전 서울 한강로 옛 남일빌딩 앞에서 국민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가진 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재호씨
교도소에서 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은 온 종일 울기만 했다. 44세에 어렵게 얻은 딸은 갑작스러운 이별도, 세상의 손가락질도 받아들이지 못해 마음의 병이 생겼다. 아들이 공안사범이 돼 교도소에 갇혔다는 소식에 김씨의 아버지는 충격으로 청력을 잃었다.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져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상처라는 생각에 그는 자책했다. 펜을 들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였다. 딸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만화와 글로 썼다. 부인을 처음 만난 이야기, 용산참사를 겪으며 괴로웠던 심정, 딸에 대한 부탁, 50대 가장의 속내를 편지지에 천천히 풀어 갔다. 편지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됐다.
“혜연이가 이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적어도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됐죠.”
지난해 10월 가석방된 김씨는 쌍용차 사태,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사회 갈등 속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듯 읽는 뉴스의 가운데에 어떤 가족은 울면서 서 있습니다. 그들의 일을 우리 사회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사로부터 4년. 세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남일당 회견장에서 유족들은 구속자 사면과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민대통합을 하려거든 용산참사와 쌍용차 문제부터 해결 노력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1-1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