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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없는 선택형 수능… ‘B형’ 부추기는 학원

선택없는 선택형 수능… ‘B형’ 부추기는 학원

입력 2013-01-04 00:00
업데이트 2013-01-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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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 유혹에 수강생 몰려, ‘A형’ 수업 대부분 개설안해

겨울방학과 함께 예비 고3들의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됐지만 올해 첫 도입되는 선택형 수능에 대한 대비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교육당국이 A·B형의 난이도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학원가에서는 상위권 대학들이 채택하는 B형 중심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학교에서조차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의 수능 준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개편안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 등 학원가에 따르면 방학특강을 시작한 학원 대부분이 ‘B형 수능’에 대비하는 수업만을 개설해 놓고 있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이 B형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영어 과목의 경우 A형 대비 수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계동에 위치한 영어전문 E학원 관계자는 “B형에 맞춰 공부하면 자연히 A형은 커버된다”고 상담했다.

대치동에 위치한 I학원은 예비 고3 국어특강을 A형과 B형으로 나누어 개설했지만 수강생 대부분이 B형으로 몰렸다. A형은 ‘일반반’과 ‘예체능반’, B형은 ‘최우수반’으로 이름 지으면서 정작 수능에서 국어 A형을 선택할 자연계 학생들까지 B형반에 등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영·수 가운데 최대 2과목만 B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자연계 학생들은 국어 A형을, 인문계 학생들은 수학 A형을 선택하도록 한 것과 다른 결과다. 학원 관계자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일단 어려운 난도를 배워야 마음을 놓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학이 B형에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발표하면서 선택형 수능 도입 첫해부터 A형 수능 도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이해진(49·여)씨는 “A·B형 난이도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아무도 모르고 B형에 가산점을 준다는 대학이 많아 일단 전과목을 B형에 대비해 준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업능력별로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지만 수능 A·B형의 난이도 수준 차이를 가늠하지 못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과교실제 도입으로 학생들을 나눠서 수업하는 것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어느 수준에서 나눠야 하는지도 고민”이라며 “수준별 수능 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학생들한테도 이익이지만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등학교 교사도 “A·B형이 도입되고 입학사정관제와 수시모집 등 기본 요소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진학지도가 더 복잡해졌다”면서 “A·B형 선택부터 입시가 사실상 시작되는 만큼 겨울방학 중 학교 차원의 대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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