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도주’거짓보고’ 의혹·초동수사도 허술

성폭행범 도주’거짓보고’ 의혹·초동수사도 허술

입력 2012-12-25 00:00
업데이트 2012-12-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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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 가까이 추적한 경찰관 ‘한쪽 수갑 풀렸을 수 있다’ 애매 보고

성폭행 도주범 노영대(32)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도주 직후 한쪽 손 수갑을 푼 사실’을 거짓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경찰이 도주 이후 3시간 이상 경찰서 주변만 집중 수색하는 등 허술한 초동 대처로 조기 검거에 실패하는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경찰서는 노영대 도주장면이 찍힌 경찰서 맞은 편 오피스텔 CCTV 화면을 분석한 뒤 처음으로 한쪽 손 수갑이 풀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CCTV 화면에는 노영대가 양팔을 흔들며 도주하고 일산경찰서 A경찰관이 가까이서 뒤쫓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오피스텔은 경찰서 앞 8차로 건너 편, 불과 20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도주 직후 불과 1~2분 지나 찍혔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3~4시간이 지난 뒤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한쪽 손 수갑이 풀린 상황’을 파악했다.

거짓 보고 의혹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산경찰서 A경찰관은 노씨의 경찰서~오피스텔 도주 때 10~20m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두고 추적했다. CCTV 화면에도 수갑이 풀린 노영대와 A경찰관이 잇따라 달리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 때문에 양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는지, 한 쪽이 풀어져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A경찰관은 추적에 실패한 직후 상급자에게 ‘조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다. 도주 후에 한쪽 수갑이 풀렸을 수도 있다’라고 애매하게 구두 보고했다.

경찰은 이 보고 직후 수색범위를 경찰서 맞은 편 상가지역으로 좁혀 비상소집된 전 직원을 투입,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노씨가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건물 지하나 주차장에 숨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매한 보고’에 한쪽 수갑이 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단 미스’가 겹쳐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찰이 수색범위를 넓힌 것은 도주 3시간30분만인 오후 11시7분께다.

오피스텔 CCTV를 확인한 데 이어 경찰서로부터 1~2㎞ 떨어진 장항동 밀집지역 인근 도로에서 ‘양손을 천으로 둘둘 감고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택시기사의 제보를 받은 뒤였다.

이 사이 노영대는 밤 사이 유유히 일산을 빠져나가 다음 날인 21일 50여㎞ 떨어진 경기 안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노영대가 경찰서~오피스텔 도주 과정에서 수갑에서 오른쪽 손을 잡아빼 수갑을 푼 것으로 보고 있다.

노영대가 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지하 1층 강력팀으로 이동하기 전 호송 경찰관이 수갑을 확인하는 장면이 경찰서 CCTV화면에 포착됐고, 지인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당시 오른쪽 손목에 상처가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산 모텔에서 투숙할 당시 ‘수갑 푸는 법’을 인터넷 검색한 사실도 이 판단의 근거다.

일산경찰서 백승언 형사과장은 “도주 후 보고는 정상적인 절차대로 이뤄졌다”며 “도주 사실을 보고받은 뒤 무전으로 수갑을 풀었을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한 관계자는 “노영대의 한쪽 수갑이 풀렸다고 단정적으로 알렸다면 당연히 수색 범위를 넓혔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검거 가능성이 높은 초기에 엉뚱한 곳만 수색하며 시간을 허비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결국 노영대는 지난 20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이후 안산과 인천을 오가며 6일간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다가 25일 안산에서 검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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