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ㆍ연인’ 사전적 정의 바꾼 경희대생들

’사랑ㆍ연인’ 사전적 정의 바꾼 경희대생들

입력 2012-12-05 00:00
업데이트 2012-12-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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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존중해야”…국립국어원, 제안 반영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사랑’을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라 풀이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 정의한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남녀 또는 이성으로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의됐던 ‘연인(戀人)’의 뜻도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으로 개정됐다.

즉, ‘이성’, ‘남녀’ 등 이성애 중심의 언어가 ‘사람’ 등의 단어로 대체,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5일 국립국어원 등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사랑·연인·애인·연애 등 네 단어의 정의가 지난달 7일 개정됐다.

지난 6월 경희대 권예하(언론정보학과·21)·송아리(미술학과·19)·전소연(미술학과·19)씨 등 학생 5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안한 내용을 국립국어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권씨 등이 이들 단어의 뜻 개정에 나선 것은 지난 1학기 이 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 수업이 계기가 됐다. 이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이들 5명은 수업과제 중 하나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제도개선’에 나섰다.

전 학생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은 사회 문제와 관련한 현장 활동이 필수 과제다.

이들은 성 소수자 차별사례와 관련 판례, 법규 등을 함께 공부하며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차별을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퀴어문화축제에 갔다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이성애 중심 언어 바꾸기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활동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등지에서 서명을 받아 국제앰네스티에 전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사랑’을 주제로 정해 연인·애인·연애 세 단어의 정의를 개정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서명을 받았다.

학기를 마칠 때까지 과제이행 수준에 만족해야 했던 이들은 지난달 20일 국립국어원으로부터 국민제안이 채택돼 세 단어의 뜻이 개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사랑의 정의도 바뀌었다.

조장 권예하씨는 “우선은 단어의 뜻에 녹아있는 인식을 바꿔야 제도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주체가 되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며 웃었다.

권씨는 “아직도 사전엔 ‘동성연애’라는 말은 있지만 ‘이성연애’라는 말은 없는 등 너무도 당연하게 이성애 중심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성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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