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우범자 실태 조용히 조사했다” 해명

청주시의 한 교량 구조물 위에 올라가 경찰의 ‘인권유린’을 주장하며 투신 소동을 벌였던 윤모(53)씨가 목을 매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과 유족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윤씨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아 그의 ‘죽음’을 둘러싼 배경은 미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윤씨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 24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의 한 교량 구조물에 올라가 1시간30분가량 투신 소송을 벌인 윤씨는 당시 “경찰이 지난 11일 집에 찾아와 부인이 보는 앞에서 27년 전의 성범죄 전과를 얘기해 죽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말했던 그는 29일 오전 5시50분께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의 한 공원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빈소를 지키는 윤씨의 부인(45)은 “집을 찾아온 경찰 때문에 부부싸움까지 했고, 단란한 가정이 깨지면서 남편이 저세상으로 가버렸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부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당시 현관문 밖에서 남편과 얘기했지만 문이 열려 있어서 남편이 27년 전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남편과 다투고 딸을 데리고 친척 집으로 갔다고 한다.

윤씨의 부인은 또 “남편이 지구대에 따지러 갔더니 경찰이 ‘부인에게 전화를 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 뒤 자기에게 (경찰이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시행하는) ‘원터치 SOS’를 설명하는 경찰의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윤씨를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부인은 “지난 24일 오후인가 25일께 경찰이 집을 찾아와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툭툭 치며 ‘진급이 얼마 남지 안았다. 잘 좀 해 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50만원이 든 봉투와 복숭아 한박스를 놓고 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은 이와 사뭇 다르다.

충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구대 직원이 윤씨를 집으로 찾아갔던 다음날(8월12일) 윤씨가 지구대를 찾아와 ‘집사람이 알면 안 되니깐 입장을 맞추자’는 얘기를 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구대 직원은 윤씨에게 6살짜리 딸이 있는 점을 감안해 “‘원터치 SOS’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경찰이 집에 들른 것이라고 하자’고 제안했고, 윤씨의 부탁을 받아 그의 부인에게 직접 전화해 이 제도를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즉, 지구대 직원이 우범자 관리 차원에서 윤씨를 찾아갔을 때는 윤씨의 부인이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금품을 전달한 데 대해서도 경찰은 “윤씨가 오랫동안 마음 고생을 했고 그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 위로금을 전달한 것”이라며 “오히려 윤씨가 수백만원의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지구대 직원들과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경찰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