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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뺏으면 징역 10년”에 일진 반응이...

“점퍼 뺏으면 징역 10년”에 일진 반응이...

입력 2012-05-25 00:00
업데이트 201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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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아니었으면 더 잘 수 있는 건데…. 왜 온 건지 잘 모르겠어요.” 취지와 달리 학생들은 시큰둥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법원까지 나섰지만 갈 길이 멀다는 사실만 확인시킨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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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소년형사재판 방청 행사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 경찰관 등이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소년형사재판 방청 행사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 경찰관 등이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4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법 306호 법정. 남부지법은 이날 강서구 등 인근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33명과 담당교사, 경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년형사재판 방청행사를 가졌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소위 ‘문제아’들을 위한 행사였다. 실제 재판정에 선 또래 소년범들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참석자들은 지각 등으로 단순 벌점이 쌓인 이들로, ‘폭력’과는 무관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막상 재판이 시작됐으나 재미없는 심리에 집중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재판장인 주채환 형사3단독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이 각각의 역할을 설명했지만 졸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공소’, ‘변론’, ‘촉법소년’ 등 법률용어도 낯설어했다. 애당초 ‘눈높이’가 달랐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김모(15)군은 “내용이 어려워서 지루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래 피의자에게는 관심을 보였다. 첫 번째로 열린 소년 재판에는 15세와 14세 피의자 두 명이 피고석에 섰다. 카니발 차량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었다.

수감복을 입은 피의자들이 수감 번호를 말하자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피의자를 안다는 듯 수근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검사가 공소 사실을 확인할 때는 다시 심드렁해졌지만 피의자 이모(14)군의 아버지가 선처를 부탁할 때는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이군의 아버지가 “먹고살기에 바빠 아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이군은 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시울을 붉혔고, 그런 이군을 바라보는 학생들 얼굴에 한순간 ‘죄와 벌’의 잔상이 어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의 행사를 ‘내 일’로 받아들이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재판 뒤 이어진 학교폭력 예방강연도 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일과일 뿐이었다. 강연에 나선 장성관 판사가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았으면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학생들 표정은 덤덤했다. 지모(16)양은 “특별히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중에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학생도 있었다. 신모(16)양은 “내용도 어렵고, 답답해서 혼났다.”면서 “내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법원과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은 유사한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눈높이 조절이 과제로 여겨졌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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