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4조원 다단계 사기왕’ 중국서 돌연사 미스터리

‘4조원 다단계 사기왕’ 중국서 돌연사 미스터리

입력 2012-05-22 00:00
업데이트 2012-05-2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4조원 규모의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인 뒤 지난 2008년 중국으로 밀항, 종적을 감췄던 주범 조희팔(55)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경찰이 21일 밝혔다.

이미지 확대
조희팔씨의 지인이 장례식장 모습 촬영한 것을 캡처한 모습.
조희팔씨의 지인이 장례식장 모습 촬영한 것을 캡처한 모습.
이미지 확대
사망의학증명서.
사망의학증명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조씨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사망 당시 응급진료기록과 사망진단서, 시신 화장증 등이 발견됐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19일 0시 15분쯤 중국 현지 호텔에서 응급차로 이동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경찰은 “공조해오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로부터 지난 21일 저녁 (사망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만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모임 측은 “사망설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조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갖가지 의혹도 나오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또 다른 미스터리인 셈이다.

경찰이 확보한 중국 현지의 120구급대(119에 해당)의 응급진료 기록을 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여자친구 등과 함께 중국 옌타이(煙台)시의 한 호텔에서 식사한 뒤 오후 8시 30분쯤 호텔 내 노래주점에 들렀다가 객실로 돌아와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조씨는 “급체한 것 같다.”며 응급진료를 요청, 구급차로 인근 인민해방군 404병원으로 가다 숨졌다. 다음 날인 19일 긴급비자수속을 밟아 출국한 가족들의 참관 아래 조씨의 장례가 치러졌고, 시신은 화장됐다.

경찰은 밀항을 도왔던 조씨의 외조카 Y씨의 집에서 조씨가 생전에 썼던 중국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응급진료기록증, 사망증명서 등을 통해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조씨 딸의 컴퓨터에서 51초 분량의 장례식장 동영상과 딸이 쓴 일기장 역시 사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 17일 조씨가 운영하던 다단계 업체의 운영위원장 최모(55)씨와 사업단장 강모(44)씨 등 핵심 공범들이 도주 3년 만에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조씨의 사망 사실을 놓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은 역시 여러 정황으로 미뤄 돌연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위장 사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장례식장을 굳이 영상으로 담아놓은 점이 석연치 않다. 수배된 피의자의 사망 증거를 남겨놓는다는 점이나 장례식 촬영 자체가 정서상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영상에는 조씨가 입관된 모습도 나와 있다.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사망증명서를 발급한 의사로부터 조씨 본인임을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신이 화장된 상황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입증해 줄 수 있는 생물학적 증거인 유전자정보결합체(DNA) 확보가 불가능하다. 경찰은 “DNA 대조까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유족들은 피해자들의 테러나 보복을 우려, 조씨의 사망 사실을 숨겨왔다는 게 경찰의 수사결과다. 조씨는 중국에서 조영복이라는 가명을 쓰고 나이도 53세로 속여 생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의 달인으로 내연녀와 여자친구 등 화려한 여성편력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측근의 검거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작극을 벌였을 개연성도 100% 부정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조희팔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병도 아닌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은닉해놓은 거액의 범죄 수익금에 대한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현직 공무원 연루 비리와 자금추적 수사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수백억원에 이를 범죄 수익 및 공범에 대한 수사는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