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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카페 절도범, 女주인 남편에 붙잡히자…

40대 카페 절도범, 女주인 남편에 붙잡히자…

입력 2012-05-13 00:00
업데이트 2012-05-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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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범인 놓친 허술한 경찰서…잇단 피의자도주 왜?

”(수갑을)세게 채워놨다면서 아파 죽겠다. 안 아프게 채워달라고 해서….”

경찰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5일 오전 4시5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1파출소에 절도 혐의로 붙잡혀온 박모(42)씨가 수갑을 풀고 달아났다.

박씨는 이날 논현동 한 카페에서 현금 14만원을 훔치려다 여주인의 남편에게 붙들려 경찰에 넘겨졌다. 파출소로 잡혀온 박씨는 수갑에 채워져 의자에 결박됐다. 하지만 이내 ‘손목이 아프다’며 수갑을 느슨하게 해줄 것을 호소했고 경찰도 그의 말을 들어줬다.

CCTV 확인결과 그는 눈치를 살피더니 손쉽게 수갑에서 손을 빼냈고 유유히 파출소를 빠져 나갔다. 경찰에 연행된지 20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근무자는 총 9명이었다. 그 중 파출소 내에 5명이 있었지만 각자 일을 보느라 박씨가 도망간 줄도 몰랐다.

경찰에 따르면 전과 17범인 박씨는 손목을 비틀어 수갑을 빼 달아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는 8일이 지나도록 박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가 잡아다 준 범인을 경찰 스스로 풀어준 셈이 됐다.

최근 들어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들이 경찰서까지 연행됐다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 감시소홀이다. 경찰의 용의자 관리가 허술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중랑경찰서에서 용의자가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지난달 10일 송파경찰서에서 용의자가 수갑을 찬 채 대낮에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같은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파출소에서는 피의자 3명이 사라졌다 이틀만에 자수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들어 피의자 도주 사건이 지난해와 비교해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피의자 도주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지난해(5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한달 사이에 8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사기 등 수배자 2건, 불법체류 도박피의자 1건, 절도 4건, 폭행피의자 1건 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경찰서 내에서 조사대기 중이거나 서류작성시 경찰관의 방심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상태에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허술한 피의자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직장인 김모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연이어 터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의 역할이 범죄자를 잡는 것인데 오히려 놓치기를 반복한다면 경찰에 대한 불신이 계속 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이같은 사실자체를 숨기려 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경찰은 언론에 배포하는 ‘경찰 주요업무’에서 전날 발생한 논현1파출소의 피의자 도주사건이 적시된 2페이지를 누락한 채 전달했다.

경찰은 최근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한 신병관리 매뉴얼을 배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이 배포한 ‘피의자 신병관리 요령’에 따르면 ‘피의자 등 감시는 반드시 2인 이상 지정, 일거수 일투족 교차 감시(감시자가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는 경우, 대체 감시자 필히 지정)’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지구대나 경찰서에 연행된 피의자 대부분이 수갑을 차지 않은 채 별다른 시건장치 없는 공간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특히 일선 지구대의 경우 강력범이라 하더라도 민원인들과 한데 뒤섞이는 일이 빈번해 감시와 통제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서 경찰관들은 근무환경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피의자 도주사건을 경험한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112신고에 순찰까지 나간 상황에서 사건이 몰리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유흥가 지역에 있는 지구대는 심야 시간대 업무가 마비된다”며 “좁은 공간에 피의자들과 피해자, 민원인이 뒤섞여 누가 누군지도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나 경찰서에 연행된 피의자라도 수갑 등 경찰 장구를 잘못 사용했다가는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 경계가 모호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부에 노출돼 도주를 유발하는 환경설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국처럼 경찰에 잡혀온 피의자들의 추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설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웅혁 경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 도주가 경찰관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수 있는 문제인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경찰서라는 공간자체가 구조적으로 도주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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