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자살 중학생 ‘자살 주의군’분류에도 방치

영주 자살 중학생 ‘자살 주의군’분류에도 방치

입력 2012-04-17 00:00
수정 2012-04-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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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으로 대구 중학생이 자살한지 4개월여 만에 또다시 경북 영주시에서 학교폭력으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당국과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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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해 투신한 이모(14)군의 자리에 국화가 올려져 있다. 이군의 시신은 17일 오후 화장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해 투신한 이모(14)군의 자리에 국화가 올려져 있다. 이군의 시신은 17일 오후 화장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 16일 발생한 영주시 모 중학교 사건의 경우 중학교측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군이 다니던 이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 12일 1학년을 대상으로 단 한차례 자살예방교육과 지난 13일 영주경찰서에서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군은 지난해 5월24일 경북교육청이 실시한 ‘정서활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자살위험도가 높게 나와 ‘주의군’으로 분류됐다.

학교측은 3차례에 걸쳐 이 군의 부모에게 치료를 권유, 보호자의 동행을 통해 전문 병원에 방문 상담을 받았으며 8회에 걸쳐 원예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교는 이 군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을 보고 이 군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학교측은 이 군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해 담임교사가 올해 담임교사에게 고위험군 학생으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이 군이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괴롭히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월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총 22건의 피해 사실이 있었지만 이 군의 피해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이 학교의 교장은 “지난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선생님들이 지켜 본 결과 큰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단지 아이가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있어 담임교사가 성적에 지장이 있으니 자제할 것을 요구한 적은 있다”라고 전했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현황 파악과 대책 수립을 위해 담당 장학관과 장학사 등을 현장에 파견해 비상대책반인 ‘영주지역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구성,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영주교육청과 영주시청, 경찰서, 해당 학교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 지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군과 친한 친구 등 학생들의 정서적·심리적 지원을 위해 Wee센터 상담 치유 전문 인력 및 학생상담 자원 봉사자를 학교에 급파하는 등 사고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전문상담사를 확충해야 하는 것은 필수이지만 전문상담사 확보가 정말 어렵다”며 “정부차원에서 전문상담사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준다면 학교폭력의 피해 사례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측의 관심이 좀 더 있었더라면 이 같은 사고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앞으로 전 행정력을 집중해 이 군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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