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이름같은 성폭행 피해자 합의금 ‘꿀꺽’

딸과 이름같은 성폭행 피해자 합의금 ‘꿀꺽’

입력 2012-03-09 00:00
수정 2012-03-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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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버지 행세, 5천만원 받았다가 돌려줘

40대 남성이 자신의 딸과 이름이 같은 성폭행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 측으로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가로채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9일 전남 나주경찰서와 광주지검에 따르면 경찰은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10대 4명을 구속, 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전남 나주의 한 찜질방에서 A(19ㆍ당시 고3)양을 추행하고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수차례 성폭행하거나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의자들을 기소하기 전 피해자와 합의 여부를 확인했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조부모와 함께 사는 피해자 A(19)양은 “부모의 얼굴조차 모른다”고 말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가해자들의 부모는 A양과 같은 이름을 가진 딸(18)을 둔 B(49)씨에게 합의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진짜 피해자’ 아버지 행세를 하며 5명에게 1천만원씩 받고 합의서에 서명했다가 이 사실이 들통나자 돈을 돌려줬다.

검찰은 B씨를 사기 혐의로 조사해 처벌할 방침이다.

담당 검사는 “확인을 소홀히 했다면 재판 단계에서 엉뚱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같은 지역에 사는데다 이름이 같고 나이도 비슷해 가해자들 부모가 합의금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들 부모는 B씨로부터 돌려받은 돈으로 A양 측과 다시 합의서를 작성했다.

A양은 성폭행 피해에 황당한 합의 사건까지 겹쳐 두번 상처받게 된 셈이다. A양의 아픔은 더 크다.

A양 측은 “피해를 알렸지만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성폭행 당하고 학교를 그만둔 A양은 불편한 소문과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처에 복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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