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정기공연 주민 노래패 ‘관악을 여는 사람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오….” 지난달 31일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난향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마련된 작은 도서실에서 안치환의 노래 ‘귀뚜라미’가 흘러나왔다. 아파트 주민 김종화(37)씨와 주은상(12)군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랫소리다.
관악주민 노래패 ‘관악을 여는 사람들’ 단원들이 첫 정기공연을 앞두고 노래 연습을 위해 서울 관악구 서림동 예본교회에 모여 있다.
기타를 가르치는 이형우(37)씨도 함께 불렀다. “예전보다 손 움직임이 더 부드러워졌어요.” 이씨의 ‘칭찬’에 김씨가 쑥스러워했다. 이씨는 “주민들이 한데 어울리기 힘든 임대아파트에서의 삶이 팍팍하지만 기타 연주를 통해 조금씩 변화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노래패 ‘관악을 여는 사람들’의 단원이다. 모임은 지난해 1월 결성됐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관악 지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이 노래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래패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7명이 모였지만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은 없었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기타를 잡아 본 적 없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밤낮 없는 연습 끝에 2개월 뒤 지역 행사에서 첫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첫 공연 이후 단원이 20여명으로 늘었다. 주부·회사원·초등학생까지 다양했다. 지역 단체의 행사, 불우 이웃 돕기 바자회, 주민의 결혼식 등 주민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신림 6동 시장에서 열린 바자회 공연에서는 주민들 덕에 제법 쏠쏠하게 목돈이 모이기도 했다. 이상길(47) 단장은 “우리 노래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현안과 문제에 관심 갖고 참여하도록 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지역 현안에 관심 갖고 참여케 하는 매개체
단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음악 품앗이’라 했다. 힘겹게 살아가는 마을에서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난향동 아파트와 난곡의 공부방 등에서 진행하는 기타 강습이 대표적이다. 음악을 배울 기회를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주부를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까지 기타를 배우고 있다. 청소년들은 따로 기타 연주팀을 만들기도 했다. 오는 12일 관악문화관에서 첫 정기공연을 갖는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2-02-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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