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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거저 가지세요”…소값 폭락

”송아지 거저 가지세요”…소값 폭락

입력 2012-01-03 00:00
업데이트 2012-01-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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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사육두수 넘어..키울수록 손해

“육우 송아짓값이 1만원인데, 그냥 공짜로 가져가기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1만원 내는 겁니다. 지금은 육우 송아지 가져가는 사람한테 고맙다는 뜻으로 송아지에게 먹일 분유 1포(20㎏)를 얹혀주고 있습니다.”

”육우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으니까 초상집에 부조 대신 갖다줬는데 상주가 ‘소 값이 1만원 밖에 되지 않으니 4만원을 더 내고 가라고 했다’는 우스갯말도 돕니다.”

경기도 평택 ‘미한우조합’ 김각수 전 조합장과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임관빈 전 지회장의 말이다.

젖소 수컷을 일컫는 육우(고기소)의 송아짓값이 삼겹살 1인분 가격과 같은 1만원까지 추락했고 한우 송아짓값도 2년 전과 비교해 절반이나 폭락했다.

자연히 어미 육우와 한우 값도 끝 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3일 농협에 따르면 육우 송아지 경매 가격은 1만원 안팎에 형성되고 있으나 근래 들어서는 아예 가격을 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더구나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 값이 폭락하면서 일부 농가에서는 3마리를 사면 1마리는 덤으로 주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소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대폭 오른 사료 값 등으로 키울수록 오히려 손해만 나기 때문이다.

한우 송아짓값도 2010년 28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현재 129만원으로 절반 이상 급락했으며 한우(600㎏)도 2년 전 635만원에서 현재 444만원으로 30%가 폭락했다.

이 같은 폭락은 사육 두수가 적정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한ㆍ육우 사육 두수의 적정선은 총 260만마리로 보고 있으나 작년 9월 현재 사육두수는 300만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2001년 140만마리였던 한ㆍ육우는 2005년 182만마리, 2009년 292만마리, 올해 330만여마리로 10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전반적인 소 값 폭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폭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한우ㆍ육우 입식 열풍이 불던 2∼3년 전부터 과잉공급과 수입 쇠고기의 증가 등은 한ㆍ육우 값의 폭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연은 당시 ‘산지 소 값 동향과 쇠고기 가격 전망’을 통해 산지 수소(600㎏) 값이 2010년에는 410만원, 2011년에는 39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치를 대입해 손익을 따져보면, 당시 230만원대인 수송아지를 입식해 2011년 390만원에 출하할 때 사료 값 등 생산비를 빼고 나면 매월 4만8천원의 적자가 난다.

2년간 송아지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 때는 산술적으로 115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국제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여서 결국 사료 값도 2년 전과 비교해 16.2% 인상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건비, 시설비 등을 생각하면 적자 폭은 더 늘어난다.

송아지 과열 입식은 기존 송아지 사육농가와 함께 양계나 양돈을 하던 농민들이 수익성이 낮은 이들 가축 사육을 포기하고 별 경험 없이 소 사육에 뛰어든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안전성 문제로 주춤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요도 점차 회복되면서 소 사육 농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송아지 생산안정자금 지원 등을 폐지 또는 축소해 사육농가의 경쟁력은 한층 떨어졌다.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는 “송아지 과열 입식으로 가격이 폭락했던 쓰라린 경험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송아지 입식 바람으로 이미 적정 사육 두수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요즘 같은 한우 소비 및 공급 패턴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는 임관빈(62ㆍ경기 안성)씨는 “송아지 한마리를 사서 30개월되면 출하하는데 보통 생산원가보다 150만원 밑지고 팔고 있다. 반면에 소 한 마리 출하하려면 5년 전 200만원 들었던 사료 값이 지금은 350만원이나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밀린 사료 대금이 1억원 가량 남아 있다. 소를 팔아서 갚아야 하는데 사료 값이 올라 팔수록 손해를 보니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건영 한국낙농육우협회 강원도지회장은 “끝없이 추락하는 소 값 안정을 위해 사료 값 부담 축소, 송아지 고기 수출, 다양한 소비 방안 마련 등이 시급하다”며 “또 가격은 폭락했지만, 식당에서는 불고기 가격이 그대로여서 쇠고기가 원활히 소비되지 않는 것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소 값 폭락을 막으려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고급육 생산 확대와 가격 인하 ▲쇠고기 유통의 투명성 확보 ▲정육점형태의 대형 식당 확산 ▲사육환경 관리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 시ㆍ도 한우협회 소속 축산농가는 한우 수매 등 정부의 소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오는 5일 청와대 앞에서 1천여 마리의 소를 끌고 가 ‘한우 반납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홍인철 장영은 이우성 김영만 노승혁 김재선 배상희 장희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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