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살해·청장 해킹’‥대전 경찰대 출신 ‘추락’

’母살해·청장 해킹’‥대전 경찰대 출신 ‘추락’

입력 2011-12-21 00:00
업데이트 2011-12-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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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직원 “자괴감‥경대 출신 간부 도덕성 회복해야”

2011년 연초와 연말에 대전에서 경찰 개청 이래 유례없는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사건 모두 경찰대 출신 현직 간부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엘리트 간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경찰대의 위신이 크게 추락하는 모양새다.

21일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경찰청장 집무실의 데스크톱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A 계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대 3기인 A 계장은 지난 14일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며 청장의 컴퓨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과 휴대용 마이크 등을 설치했다.

다음날 A 계장은 약 1분간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로그인한 뒤 청장이 사용하는 외부망 컴퓨터에 아무런 권한 없이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300개의 대화가 녹음된 것으로 밝혀졌다.

A 계장은 “청장의 의중을 미리 파악해 승진인사에 이용하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에는 경찰대 10기 출신 B씨가 잠들어 있던 어머니에게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4월에 열린 참여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어머니를 다치게 해 보험금을 받은 뒤 조금 받아 쓸 생각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대를 졸업한 베테랑들이 경찰청장 컴퓨터를 해킹하거나 모친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사실에 일선 경찰관은 고개를 숙였다.

경찰대 출신 모 경정은 “믿을 수 없다”며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학교에 먹칠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분노를 넘어 자괴감마저 느낀다”며 “그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경찰대 선·후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했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간부의 도덕성 회복’을 요구했다.

그는 “이래서야 간부 지휘 사항을 한 점 의혹 없이 따를 수 있겠느냐”며 “특히 경찰대 출신이라면 누구보다 엄정한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년 경찰 인생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경찰은 도덕성과 전문성 중 어느 하나를 놓치면 바로 끝이라는 것”이라며 “대전에 있는 경찰대 출신들은 둘 중 하나를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 요구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검·경 수사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서는 수사 전문성 강화가 필수라고 보고, 경찰대를 설립해 수많은 엘리트 수사 인력을 배출해 왔다.

모 경찰서 형사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수사력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실력에 걸맞은 인성을 지니지 못해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조현오 청장이 ‘경찰청장 서한문’을 통해 ‘형사소송법 재개정’ 의지를 천명했다”며 “수사권 독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이런 사건들로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까 걱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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