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원에게 전신주 타라”…KT인력 퇴출 실상

“교환원에게 전신주 타라”…KT인력 퇴출 실상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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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 부진인력 개인정보와 성향 기록..본사 ‘오리발’

”하루에 8번, 10번씩 전신주에 올라가면 쥐가 자주 나는데 내려올 수 없으니 허벅지를 옷핀으로 찔렀어요. 그렇게 개통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건수가 적다고 지적하죠”

114 교환원이었던 육춘임(56)씨는 지난 2001년 KT로부터 114 콜센터가 분사되면서 퇴사 후 외부용역 업체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 뒤로 전신주에 올라가서 선로유지보수 업무에 배치돼 충주·제천·괴산·영동지역을 돌며 근무했다.

육씨는 “회사가 차량을 제공하지 않아 5㎞ 거리를 배낭을 메고 걸어 다녔고 전신주를 타지 못한다고 하자 전화국 마당에 임시 전신주를 심어놓고 오르내리도록 강요 당했다”고 말했다.

2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KT ‘부진인력(C-PlayerㆍCP)’ 관리 프로그램 명단에 따르면 육씨는 CP로 분류돼 있었고 ‘7대지본(지방본부)여성국장’이라는 특이사항이 기록돼 있었다.

KT는 그동안 일부 지사에서 인력효율화를 위해 계획서만 만들었을 뿐 본사 차원에서 부진인력 선정 작업을 한 적은 없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1천2명의 CP 명단이 담긴 이 명단에는 해당 직원들의 사원번호와, 소속, 직무, 명퇴 요건 대상 여부, 부진자 여부는 물론 노조에서의 역할, ‘114 잔류자 핵심’ 등이 특이사항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는 본사 차원이 아니면 수집할 수 없는 정보들이다.

KT는 연매출 20조 원, 당기순이익 2조 원을 기록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법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없자 생소한 업무 부여, 과도한 실적 요구 등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그만 두도록 했다는 것이 퇴직자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주장이다.

KT 측은 명퇴자 대우가 좋아 신청자가 회사에서 정한 수요보다 웃돌기도 한다고 설명했으나 퇴직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지난 2009년 퇴직한 김근수(가명·54)씨는 “30여 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 2009년 초 갑자기 마케팅부서로 발령받았고 그 해 말 퇴직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분기별로 명예퇴직 신청을 하라고 하지만 직원들이 안 한다”며 “본사에서 팀장이나 부장에게 인원 할당을 하면 대놓고 얘기는 못 하고 돌려서 그만두도록 말한다”고 재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기존 업무와 무관한 보직으로 배치하거나 전보시키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고졸, 주부사원, 진부하인력(가치 창출할 수 없는 인력) 구분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사측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03년 10월 5천500여 명이 명예퇴직하며 국내 단일 기업으로 최대 인원이 빠져나갔는데 지난 2009년 12월에는 5천992명이 회사를 떠났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임금 삭감, 강제퇴출, 원거리 배치, 업무 전환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20여 명의 노동자가 자살, 과로사, 돌연사로 사망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KT의 사죄와 보상, CP 폐지, 노동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현재 KT와 그 계열사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재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근로자 사망, 인력퇴출프로그램 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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