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고 뒤바뀐 엉터리 판결문

원·피고 뒤바뀐 엉터리 판결문

입력 2011-12-19 00:00
업데이트 2011-12-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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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단순 오타… 고칠수 있어” 원고 “판결믿고 항소 안해” 논란

원고와 피고를 잘못 명시한 판결문이 당사자들에게 송달됐다가 법원이 뒤늦게 판결문을 고쳐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단순 오타로, 적법하게 고쳤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들은 “판결문만 믿고 항소하지 않아 기회마저 잃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사단독 김모 판사는 지난 9월 말 한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남편은 아내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공동명의 아파트의 지분 절반을 아내에게 소유권 이전등기하라.”는 판결문을 당사자인 남편(33)과 아내(31)에게 각각 송달했다.

주문대로라면 관악구 봉천동 소재 시가 4억 1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는 아내 몫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판결문 이유 부분에는 주문과는 반대로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아파트 지분 절반을 남편에게 넘겨주라.”고 돼 있었다. 이번에는 남편의 아파트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은 결과를 기재한 주문이 앞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는 부분은 뒤에 있다.

원고와 피고는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아내는 판결문대로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해 집행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남편이 판결문 주문 부분의 원고와 피고가 잘못됐다며 재판부에 판결문 경정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 이유 부분의 기재가 맞고 주문 표기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 판결문을 수정했다. 아내는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이유를 보면 남편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갖도록 판단한 것이 분명한 반면 주문 표기는 단순 오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내 측은 “주문만 믿고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며 황당해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판결 이유에 원·피고의 재산상황, 재산분할 비율, 아파트 소유 경위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판결문을 전체적으로 보면 주문의 원고·피고 표기가 바뀌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면서 “판결문 경정 절차로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문이 실수로 잘못 적혔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기대 이상의 이익을 주고 남편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면서“판결문이 경정됐을 때에는 항소를 추후 보완하는 방법(추완항소)도 있으므로 아내의 항소기회가 박탈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1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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