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 팜므파말’ 그레비 얼룩말 사망

‘매혹적 팜므파말’ 그레비 얼룩말 사망

입력 2011-12-07 00:00
업데이트 2011-12-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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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로 눈감아…서울동물원 “호상이지만 이젠 국내서 다시 볼 수 없어”

국내 유일의 암컷 그레비 얼룩말(1980년생) ‘젤러’가 서른 두 살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동물원은 젤러가 한 달 전부터 움직임이 둔해진 후 드러눕다 시피하며 지내다 지난달 28일 눈을 감았다고 6일 밝혔다.

그레비 얼룩말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Ⅰ급 동물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하지만 얼룩말의 평균수명이 25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장수한 편이기에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은 호상(好喪)이라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

젤러는 지난 1984년 서울대공원 개원을 한 해 앞둔 1983년 3살 남짓의 어린 나이로 수컷 세 마리와 함께 독일에서 들어와 서울동물원에 둥지를 틀었다.

생전에 젤러는 서울동물원 제3아프리카관에서 고혹적인 자태를 보이고 콧대가 높아 수컷들을 줄 세운 녀석이었다.

서울동물원은 해맑고 예쁜 눈에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반듯한 얼룩무늬와 부드러운 갈기 때문에 매혹적인 여성 스파이로 유명한 마타하리(새벽의 눈동자)의 본명인 ‘젤러’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하지만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는 젤러의 이면에는 ‘그녀의 신랑이 되면 죽는다’는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젤러는 합방을 시도하는 수컷 얼룩말 3마리를 뒷발차기로 모두 쇼크사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젤러에겐 남편 잡아먹는 말이라는 뜻으로 팜므파탈(남자를 유혹해 죽음 등 극한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숙명적인 여인)에 빗대 ‘팜므파말’이라는 비아냥 어린 별명도 붙게 됐다.

결국 까칠한 젤러는 ‘짝짓기 불가 판정’을 받고 독수공방 신세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부터는 외롭지 말라고 블레스복이라는 영양을 함께 살게 했지만 친하게 지낼 것이라는 바람과는 달리 서로 철저히 외면하면서 같이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젤러는 짝짓기 때를 제외하고 평소 성격은 온순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이다.

서울동물원 함계선 사육사는 “여러 수컷 중 한 마리를 선택하는 야성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젤러가 숨지면서 국내 동물원에서는 그레비 얼룩말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서울동물원은 그랜트 얼룩말 8마리(♂4, ♀4)만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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