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없는 살인 사건’ 11년만에 매듭

’시신없는 살인 사건’ 11년만에 매듭

입력 2011-12-02 00:00
업데이트 2011-12-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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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시간 재판…숨죽인 배심원단 ‘만장일치’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빼앗고 이후에도 반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양형 사유를 읽어내려가는 판사의 목소리가 재판정에 울려 퍼지자 변호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고 피고인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방청석의 피고인 가족은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들은 판결이 내려지고 나서도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11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이 30시간 넘는 마라톤 법정공방 끝에 결국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살인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인 시신이 없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펼쳐진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에서 국민참여재판 시민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모두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 배심원단은 사흘간 밤을 새워가며 계속된 재판에 지칠 법도 했지만 졸린 눈을 부릅뜬 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2000년 강원도 평창군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강모씨의 행방이 묘연해진 뒤 10년 넘게 묻혀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위암 말기로 죽음을 앞둔 양모씨가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자백해 세상에 알려졌다.

양씨가 ‘회사 직원들과 짜고 강씨를 죽인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자백하면서 김모(46)씨와 서모(49)씨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씨는 숨을 거뒀고 그가 지목한 시신 유기 장소에도 강씨의 유골은 없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은 증인들의 진술에 의존해 재판은 진행됐다.

쟁점은 김씨와 서씨가 살해에 직접 가담했는지 여부였다. 변호인은 강씨를 죽인 것은 숨진 양씨의 단독 범행이었으며 피고인들은 협박에 못 이겨 시신 처리에만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강씨에게 빚을 지고 있거나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원한을 가질만한 정황이 있었으며 양씨가 숨지기 직전에 내뱉은 ‘참회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다고 맞섰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시민 배심원단은 증인 진술, 피고인 최후 변론 등을 귀 기울여 들은 뒤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사망한 양씨와 범행에 관해 어떤 형태로든 공모했으며 범행을 실행할 때도 가담한 사실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배심원 9명 중 3명이 징역 15년, 2명이 징역 14년의 양형 의견을 밝히는 등 배심원단 전원이 징역 12~15년의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설범식)는 피고인들이 강씨 살해에 가담한 것을 인정하고 배심원들이 권고한 양형 의견 등을 참작해 김씨와 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자백한 양씨가 사망한 것을 알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 점, 유족에게 ‘강씨의 사체를 찾아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이 끝난 뒤 숨진 강씨의 형은 “최소한 무기징역은 돼야 하는데…”라며 연방 담배만 피웠다.

그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시신을 언급하며 “시신이 나오면 살인의 증거가 밝혀지니 (범인들이) 계속 숨기는 것 같은데, 시신만 찾는다면 더 관대한 처벌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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