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에는 ‘물폭탄’, 이번에는 ‘눈폭탄’

10년전에는 ‘물폭탄’, 이번에는 ‘눈폭탄’

입력 2011-02-14 00:00
업데이트 2011-02-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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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루사 때 악몽 겨우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양식장들이 모여 있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는 10년 전 제15호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봤던 곳.

 지난 11,12일 ‘눈폭탄’으로 양식장 지붕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데 이어 14일 오전부터 또다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눈이 쏟아지자 양식업자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몰라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곳은 영동화력발전소에서 발전을 한 뒤 발생하는 온수를 이용해 겨울에도 양식업을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해삼 등 각종 종묘를 생산하는 양식업체들이 몰려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새벽 폭설로 양식장 지붕마다 깊이 1m가 넘는 눈이 쌓이면서 지붕이 내려않고 정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바람에 양식장 안은 탄광과 같은 암흑천지로 변해 손전등에 의존해야 겨우 바닥을 분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어린 종묘들에게 전기장치를 이용해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자식들처럼 키워온 해삼과 전복,돌돔,방어 등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양식장 밖에는 지붕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파이프 등이 함께 터지는 바람에 바닷물과 눈이 곤죽상태로 종아리 깊이까지 고여 있는 등 아수라장 상태였다.

 주민들은 눈이 쌓이면서 양식장 지붕이 연신 ‘뿌드득’ 소리를 내면서 도미노 형태로 주저앉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눈을 치울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지방자치단체나 군부대의 지원이 하루라도 빨리 미쳐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사는 주민들은 외부 도움을 받을 날을 마냥 기다리고 앉았을수만 없어 눈발이 세차게 몰아치는 이날 오전에도 5m 높이의 지붕 위로 올라가 삽으로 눈을 치우고 있었다.

 양식업자 강홍천 씨는 “폭설이 쏟아진 다음 날 새벽부터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정전사태까지 발생,산소 공급이 안돼 해삼 종묘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어 안타깝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양식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안인진리 등 강릉지역에서는 13개 양식시설의 지붕이 눈으로 붕괴되면서 556만마리,34억6천9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강릉시는 잠정 추정했다.

 하지만 눈이 그친 뒤 정밀조사가 실시되면 피해액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눈폭탄에 피해를 본 안인진리는 지난 2002년 가을에도 제15호 태풍 ‘루사’로 전기공급이 끊어지면서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었다.

 한 주민은 “루사로 상류의 저수지가 무너지면서 양식장이 침수돼 넙치 등이 모두 폐사했던 악몽이 겨우 아물어가는데 눈폭탄이 떨어져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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