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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편법입학시키려고 이혼하는 부모들

대학 편법입학시키려고 이혼하는 부모들

입력 2011-01-26 00:00
업데이트 2011-01-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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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으로 재산세를 낮춰 요건을 맞추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위장이혼이죠. 학생 엄마가 이혼해서 일시적으로 재산세가 없게 만들면 지원할 수 있거든요.”

서울의 명문 사립대인 A대학에서 입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B과장은 26일 이렇게 말했다. 자녀를 상대적으로 쉽게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모가 ‘위장이혼’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얘기였다.

저소득층 학생, 농어촌 학생 등 소외 계층에게 대학 입학의 문을 넓혀준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들이 편법적인 대학 진학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전형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서류상으로 이혼하거나 주소지를 옮겨 요건을 갖춘 뒤 이 전형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최근 대학들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특별전형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는 끝났고 결과를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대학들로선 서류가 가짜로 만들어진 것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혼하면 차상위계층 둔갑

최근 대입 전형 제도가 3천600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해지면서 복잡다단한 대입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주요 대학과 고교들에 따르면 최근 편법적으로 이용된다고 소문난 제도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이다.

당초 취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된 가정이나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의 차상위계층의 학생들이 더 쉽게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들만 지원할 수 있는 별도 전형을 만들어 좀 더 느슨한 경쟁을 거쳐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국가가 선정해 지원하는 차상위 복지급여를 받지 않고 있는 차상위계층의 경우 그 적격성을 대학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편법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A대학의 경우 건강보험료 납입액과 재산세액을 들여다보지만 꼼꼼한 검증이 되기는 어렵다고 이 학교 B과장은 털어놨다.

B과장은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부모가 이혼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대학 입학처의 D과장은 “이 전형을 시행한 지 3년째인데 해가 갈수록 지원자의 부모가 이혼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 후 어머니 재산은 없고 친권자는 어머니여서 가계가 곤란한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부모 대신 갓 취업한 손위 형제의 건강보험으로 적(籍)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사회 새내기여서 소득이 적은 형이나 누나의 건강보험에 편입돼 차상위계층 요건을 맞추려는 것이다.

C대학은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해 재산세 증명서를 추가로 받고 있다.

그마저도 아파트를 처분해 세금을 줄였을 가능성에 대비해 2∼3년치를 제출하도록 한다.

2억원짜리 전세에 산다는 차상위계층 지원자, 주변 전세 시세가 1억5천만원인데 5천만원짜리 계약서를 제출한 지원자 등도 있었다고 한다.

D과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퇴직하고 어머니가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데 차상위계층이라고 지원한 경우가 있었다”며 “대학에선 재산이나 소득 상태를 면밀히 볼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대학 이모 입학처장은 “차상위계층 지원자 중에 보면 갑자기 소득이 줄었다가 입학 뒤 소득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사업체를 정리하거나 명의를 다른 데로 옮겨 지원한 뒤 합격 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며 “실제 사업에 실패했다 회복할 수도 있지만 대학 단위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농어촌전형 노린 위장전입도 여전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2일 낮 경기도의 읍 단위에 소재한 모 고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농어촌특별전형에 지원하려고 서울 등지에서 이사 온 친구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새 학기면 2학년이 된다는 이 학교 정모(17)양은 “농어촌 전형을 노리고 이사 오는 애들이 있다”며 “없는 반도 있겠지만, 반마다 1∼2명 정도씩은 있다”고 말했다.

정양은 “지인들이 여기 살아 거기로 주소를 옮긴다고 들었다”며 “주로 서울 강남 같은 데서 오고 주변의 동(洞) 단위에 사는 애들도 온다”고 덧붙였다.

예비 고1로 방학 중 보충수업을 들으러 이 고교에 나왔다는 김모(15)군은 “우리 반 말고 다른 반엔 농어촌 전형을 위해 전학 온 애가 있다고 들었다”며 “많지는 않고 소수지만 중학생 때 이미 옮겨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은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나쁜 농어촌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정원 외 전형이다.

읍.면 소재 고교를 3년 다닌 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주는데 이를 노리고 서울 같은 도시에서 주소를 옮기는 것이다.

주소만 옮겨놓고 도시에서 통학하는 위장전입도 있고, 아예 거처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전형이 이처럼 악용된다는 소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돌았고, 실제 교육부가 이런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교 교사 조모씨는 “진학 지도를 해보면 농어촌 전형의 경우 한양대 갈 정도의 애들이 연고대는 거뜬히 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중.고교 6년간 읍.면 소재 학교를 다닌 학생으로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을 했다.

그러나 편법적인 시도는 여전하다.

F대학 서모 입학처장은 “몇 년 전 농어촌 전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다”며 “‘악용했구나’하는 의심은 들지만 지원자격을 만족시키는 한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있어도 탈락시킬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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