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구제역 첫 과로사 공무원 故원영수씨 눈물의 영결식

구제역 첫 과로사 공무원 故원영수씨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1-01-19 00:00
업데이트 2011-01-19 01: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당신의 ‘18년 헌신’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아니 20년이 지나도 잊지 않겠습니다.”

밤새도록 구제역 방역에 동원됐다가 과로로 순직한 경기 의정부시 공무원 원영수(49)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9시 의정부시청 주차장에서 ‘시청장’으로 엄수됐다. 동료들은 추모사에서 고인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미지 확대
밤새도록 구제역 방역에 나섰다가 과로로 순직한 의정부시 공무원 원영수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의정부시청 주차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유가족들이 원씨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밤새도록 구제역 방역에 나섰다가 과로로 순직한 의정부시 공무원 원영수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의정부시청 주차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유가족들이 원씨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이날 의정부의 아침 기온은 영하 15도, 혹한의 추위는 원씨를 보내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흘리는 눈물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원씨는 지난 13일에 이어 14일에도 밤샘 근무에 나섰다가 이튿날 아침에 출근한 뒤 가슴의 통증을 호소했다. 원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72세의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효자였고 중학교 1, 2학년생인 두 아들의 아버지였다. 아내 김모(45)씨에게는 든든한 남편이었다. 모두가 원씨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것이다.

영결식은 18년 동안 사회복지분야 공무원(별정직 5급 추서)으로 자신보다는 가난한 사람, 고단한 삶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던 원씨의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혹한 속 이별… 눈물마저 ‘꽁꽁’

장의위원장을 맡은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고인은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나보다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걱정을 했다.”면서 “대학 선배가 시장이 됐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흐느껴 울었다.

그때까지 눈물을 꾹 참아내던 원씨의 아내가 소리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장례를 치르는 5일 동안 두눈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흘리고도 남았던 눈물이다. 아내의 눈물에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배어 있다.

원씨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까지 해야 하기에, 남편의 마지막길마저 편히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숨어 있다. 더구나 순직 결정을 받으려면 부검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화장을 하고도 한달 동안 남편을 하늘로 보낼 수 없는 서러운 눈물이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 얇게 차려입은 상복 때문인지 가볍게 떨리는 아내 김씨의 어깨는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애처롭게 했다. 원씨를 기억하는 동료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성실한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료들은 “1998년 8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의정부 시내에 물난리가 났던 때에도 원씨는 한달여간 사무실에서 생활하며 씻지도 못한 채 수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차가 시청을 빠져나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족과 500여명의 동료들이 마지막 배웅을 했다.…

●고령군 女공무원도 과로로 숨져

한편 구제역 방역활동 중 첫 과로사한 원씨에 이어 지난 16일 경북 고령군에서도 보건소 공무원 곽석순(46·여·7급)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곽씨 역시 계속되는 야근과 새벽 근무로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 사진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2011-01-19 9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