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장병 유족에 35년전 빚 갚은 할머니

희생장병 유족에 35년전 빚 갚은 할머니

입력 2010-04-30 00:00
업데이트 2010-04-3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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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군인이 놓고 간 돈을 생활비로 썼던 까닭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천안함 순직 장병을 위해 써달라며 자그마한 정성을 보탰다.

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배숙영(74ㆍ가명) 할머니는 “천안함 순직 장병을 위해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한 달 동안 가정부 일을 하며 어렵게 모은 50만원을 성금으로 내놨다.

배씨는 “천안함 사고로 숨진 장병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옛날 일도 생각나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여관을 운영했던 배씨는 1975년 젊은 군인이 머물렀던 방 이불 아래에서 1천원짜리 지폐 25장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군인이 놓고 간 돈은 당시 하루 여관비가 5천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사진] ‘편히 쉬소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배씨는 “나중에 돈을 찾으러 오겠지”하고 생각하며 돈을 보관했으나 그 군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배씨는 결국 그 돈을 생활비 등으로 썼고 이후 ‘쓰지 말아야 할 돈을 썼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았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젊은 장병이 안타깝게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배씨는 35년 전 적지 않은 돈을 놓고 간 군인의 일이 떠오르면서 순직 장병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배씨는 한달간 가족 몰래 가정부 일을 하며 모은 비상금 50만원을 모두 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때 군인이 놓고 간 2만5천원은 지금으로 치면 큰 액수였다. 그 군인에게 아직도 미안하고,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을 위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천안함 장병이나 유족과는 연고가 없지만 육군이나 해군이나 모두 똑같은 군인이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마음만은 35년 전 만났던 군인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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