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착비리 왜 근절 안되나 했더니…

경찰 유착비리 왜 근절 안되나 했더니…

입력 2010-03-18 00:00
업데이트 2010-03-18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08년 말까지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하던 A 경찰관은 유흥업소 업주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다음 해 파면됐다. 하지만 A는 곧바로 경찰서 관할 지역에 있는 대형 유흥업소에서 속칭 ‘바지사장’으로 탈바꿈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가 가끔씩 생기지만 서로 쉬쉬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비리 사건에 대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어 경찰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경찰청의 ‘최근 3년간 검찰이 통보한 기소유예 이상 경찰공무원 처분결과’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은 2007년 261명, 2008년 286명 지난해 327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자체 감찰기능과 단속을 강화한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구조적인 유착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의 비리척결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유흥업소 단속 정보가 경찰관 사이에서 공유되는 등 보안에 허점이 많다. 대개 유흥업소 단속지령은 유선전화로 해당부서나 지구대로 내려가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단속 지역 관할이 모호해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첩할 경우 무전을 사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 주소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무전으로 재확인하는 사례도 많아 보안에 구멍이 크다. 경찰 무선은 관할지역 경찰관이 동시에 들을 수 있어 단속 경찰관이 아닌 사람이 듣고 단속정보 등을 누설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도 뒤늦게 이런 문제를 인식,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단속 경찰관은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모든 단속 지령을 유선으로 바꾸도록 강력한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유흥업소 업주가 학연과 지연을 무기로 접근할 경우 상당수 경찰이 뿌리치질 못한다는 점이다. 은밀한 접대에 손사레를 치던 서울 강남지역의 경찰들도 대부분 뿌리 깊은 학연·지연에 무너졌다. 심지어 퇴직한 경찰관이 ‘바지사장’으로 취직한 뒤 인맥으로 다른 경찰관을 포섭하거나, 비리 경찰관을 협박하기도 한다. 최근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유착비리를 수사한 서울청 관계자는 “지구대 직원을 전원 교체해도 업주가 4개월 안에 경찰관의 모든 학연과 지연을 알아내 접근한다.”고 말했다.

단속을 전담하는 지구대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 2년에 한 번 경찰서 종합감사가 있지만 대부분 서류상의 문제를 짚는 데 그친다. 서울청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유흥업소 수사단계에서 확보한 업주의 통화내역을 곧바로 서울청 감찰부서로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편 서울청은 서울 강남 논현동 유흥업소 실제 업주인 이모(39)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8개 통장의 자금 흐름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3-18 1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