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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核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인터뷰> 核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입력 2011-01-24 00:00
업데이트 2011-01-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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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전을 위해선 각종 경험이 축적된 여러나라와의 공조와 노하우 공유가 매우 중요합니다.하지만 북한은 현재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는 점이 걱정입니다“지난해 11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을 전 세계에 공개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3일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내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1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하면서 현재 북한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의 안전성이 매우 긴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이 지난 24년간 핵을 다루면서도 아직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긍정적이 부분“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안전문제가 국제 공조 등의 형태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자칫 가동 중에 방사능 유출에 따른 인근지역 오염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핵시설은 서둘러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뒤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2년 중에 완공한다는 것은 ‘비현실적’(not realistic)이라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인터뷰 내내 북한 핵시설을 정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문가적인 의견 또는 분석 결과임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제기됐던 각종 의문점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내 손꼽히는 핵 과학자인 헤커 박사는 미국 핵과학협회 시보르그상을 수상했으며,1986년부터 1997년까지 소장으로 근무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1945년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던 세계 최고의 핵 과학연구소이다.

 헤커 박사는 2004년 1월 방북,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확인하는 등 지금까지 7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핵 관련 고비 때마다 북한의 초청을 받았다 .

 다음은 헤커 소장과의 일문일답.

 --방북보고서에서 북한 영변에 있는 통제실에서 가동 중인 원심분리기 2천개를 봤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작동된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그곳으로 옮겨와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 영변에서 한 시설물의 2층으로 올라가 원심분리기가 있는 곳을 봤을 때 (원심분리기가) 대략 2천개 정도 되는 것을 봤고,그들도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외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원심분리기는 내부에서 회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작동상황을 외부만 봐서는 알 수 없다.

 현대식으로 돼 있는 4개의 통제실이 있고,통제실에는 4대의 평면 컴퓨터 스크린과 각종 숫자가 스크린에 가득했지만 자세하게 볼 수 없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는 없다.그래서 그곳 책임자에게 작동 여부를 물어봤으며 그들은 작동 중이라고 했다.그것이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이다.

 북한의 원심분리기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우리를 초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냐고 질문했는데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이들이 작동하고 있다면 이전에 다른 곳에서 가동되던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의 전문가인 것은 맞지만 장시간 머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을 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원심분리기가 2천개 이외에 더 있을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분석 결과 이들 원심분리기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다른 장소에서 만들어져 이곳으로 옮겨 졌을 것으로 확신한다.따라서 다른 곳에 원심분리기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전문가적인 소견이지만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방북 보고서에 ‘시설이 초현대식이고 깨끗했다’고 말했는데 이 표현은 북한이 기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외견만 봐서는 그들이 얼마나 기술적으로 정교한지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다만 통제실이 지금까지 북한에서 봤던 것 중에 최고수준으로 상당히 정교했다.원심분리기 자체만 놓고 봐도 이는 P-2 원심분리기,즉 2세대 원심분리기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이에 비해 이란은 국제적인 감시로 인해 P-1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북한 기술자들이 확인해 준 원심분리기의 재료,우라늄 헥사플루로이드를 만드는 방법과 관련된 그들의 답변도 P-2 원심분리기와 일치하는 것이었다.그들(북한 기술자들)이 확인해 준 것이 맞다면 영변에 있는 것들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2세대 원심분리기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이 시설에 대해 보고할 때 미국 당국자들의 반응은.2004년 플루토늄에 관해 전해 줄 때와 비교한다면.

 △우선 2004년과 2010년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말하기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이번 보고 당시 그들(워싱턴)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지만 내가 본 것이 상당히 현대식이고 정교했다는 것에 놀랐다고 털어놓았다.또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가지고 있고 그렇게 정교하다면 분명히 오랫동안 가동해 왔을 것이라는 데 대해 우려했다.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원심분리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2004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이 그 전해인 2003년 이미 NPT(핵무기비확산조약)를 탈퇴하고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미국 정부도 북한이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을 알고 있어서 놀라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매우(quite)’ 놀라지는 않았다.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고농축농축우라늄(HEU)이 언제쯤 무기화될 수 있는지,1년에 몇 개 정도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추측이 쏟아졌다.이에 대한 박사의 의견은 무엇인가.

 △우선 기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그들이 이미 플루토늄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타임스케쥴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그리고 우라늄 핵폭탄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것이 질문이라면 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원심분리기 2천개로는 매년 1개 정도의 핵폭탄을 제조하는데 충분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이것은 그들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고 전제했을 때의 얘기다.

 나는 그들이 이 시설을 저농축우라늄(LEU) 생산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영변 이외의 다른 곳에도 이 같은 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를 알 수 없다.다만 그들이 1년에 여러개의 핵폭탄을 만들 정도로 대규모 시설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각종 변수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들이 만약 이것(우라늄)을 무기화한다면 매년 1개 정도의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라늄으로 제조된 핵폭탄은 (플루토늄 제조 핵폭탄과) 다르기 때문에 핵실험이 필요하다.그들이 우라늄 핵폭탄을 보유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한 정책에 대한 견해는.지금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정책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북한 방문과 각종 분석에 근거해 ‘쓰리 노,원 예스’(Three No‘s,One Yes) 정책을 제안했다.더이상 핵폭탄을 만들지 않고(no more bombs),핵폭탄을 실험하지 않고(no testing),핵폭탄과 관련 기술 등을 수출하지 않기(no export)와 함께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시점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물론 장기적으로는 비핵화이다.

 --이 정책 제안은 북한이 동의한 것인지.

 △나의 견해이고,북한이 이에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다.현 상황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내년 완공예정인 경수로의 안전에 대해 우려했는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는 항상 안전문제가 제기된다.하지만 북한은 현재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는 점이 걱정이다.핵안전과 관련해서는 각종 경험이 축적된 여러나라와의 공조와 노하우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한다면.

 △추론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선,북한은 과거 24년간 원자로를 운영해 왔으나 지금까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하지만 방사능 유출을 통한 인근지역 오염 등을 상정해 볼 수는 있다.이는 원자로가 작동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려하는 버섯구름이 일어나는 핵폭발과 같은 대규모 재난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고 추론하고 싶지 않다.언론의 입장에서 ’빅뉴스‘가 될 수는 있겠지만 비현실적이다.일단 그들이 어떻게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원자로를 사찰했던 사람들이 감독과 관련한 틀을 마련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2년까지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도 비현실적이고 우려되는 부분이다.서둘러 건설하는 것보다는 안전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아마도 영변의 시설들이 민간용 핵연료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방북 당시 북한의 거리 표정 등은 어땠나.

 △한반도 전문가가 아니고 핵 과학자이지만 7년간 7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비록 북한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본 것이지만 경제상황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옷차림이 좋아졌고,평양 밤시간대에 일부 불빛이 보이기도 했으며 거대한 피라미드 모형의 호텔 벽면에는 모두 유리가 덮여 장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2009년 방문 때에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통화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작년에는 평양시내 곳곳에서 휴대전화가 많이 보였다.또 많은 노점에서 음식도 팔고 있었다.

 --올해 다시 방북할 계획이 있는가.

 △올해도 방문하고 싶지만,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그들(북한)은 이 문제를 상당히 복잡하게 다루고 있어 잘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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