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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만 나도 그날의 악몽… “섬 지키자” 주민들 되레 늘어

천둥소리만 나도 그날의 악몽… “섬 지키자” 주민들 되레 늘어

입력 2014-11-24 00:00
업데이트 2014-11-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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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포격 도발 4주기 맞은 연평도

“포 소리가 들릴 때마다 군부대 연습이려니 하면서도 밖에 나가 보는 습관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상처는 거의 아물었습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지 꼭 4년째인 23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만난 주민 조모(43·여)씨는 “이제 사람들이 예전의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주민들은 굴을 캐거나 삼삼오오 모여 김장을 하는 등 월동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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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분향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행사에는 전사자 유가족과 해병부대원, 각계 시민대표 등 4500여명이 참석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안보 현실을 직시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분향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행사에는 전사자 유가족과 해병부대원, 각계 시민대표 등 4500여명이 참석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안보 현실을 직시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격으로 파손된 집·상가 32채 신축

포격으로 파손된 집과 상가 32채는 당국의 지원을 받아 깔끔한 모습으로 신축됐고, 부분 파손되거나 노후된 주택 210채는 리모델링되었다. 바다는 가을철 조업기간(9월 1일∼11월 30일)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막바지 꽃게잡이가 진행 중이다. 당섬부두에는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내거나 어구를 손보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물을 잡아당기는 밧줄을 고치던 선원 강모(47)씨는 “오늘 조업을 나간 꽃게잡이선은 연평도 전체 어선 29척 가운데 15척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조업은 사실상 끝났지만 어구는 내년 봄에 다시 써야 하기에 손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수는 피폭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현재 2143명으로 2010년 11월 1756명보다 4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장흥화(54) 연평면 부면장는 “군부대 증강으로 군인 가족들이 많이 전입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피격 직후 육지로 떠났던 주민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섬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주민대책위 간부를 지낸 최모(52)씨는 “섬으로 돌아가기 싫어 정부에 정주처를 요구했지만 생각해 보니 연평도만 한 곳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박모(38·여)씨는 “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는 잠을 설친다”면서 “소리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54)씨는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오던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그날의 상처는 영원히 흉터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 20여명은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날의 참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곳이 있다. 안보교육장으로 이름 지어진 피폭 가옥 3채다. 이들 가옥은 포탄을 맞아 처참하게 부서진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

●일상 찾았지만… 中어선에 생계 막막

하지만 주민들이 포탄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생계 문제와 자식 학비 대는 일이다. 올 가을철 어획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70% 수준이어서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최근 5년 새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 가을 들어서는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에 거의 출몰하지 않아 오랜만에 ‘만선’을 꿈꿨지만, 정작 꽃게는 기대만큼 잡히지 않았다. 선주 신모(57)씨는 “가을에는 중국 어선들이 대청·백령도 쪽으로 대거 몰렸다”면서 “봄철에 세월호 사고로 해경의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 바다에서 치어까지 싹쓸이했는데 이것이 조황 부진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4-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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