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독자 출마 의지” 野 “좋은 역할 기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국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직접 대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자 여야 정치권의 ‘안철수 읽기’가 복잡해졌다. 특히 4·11 총선이 본격화하는 시점인지라, 여야는 28일 안 원장 발언의 진의를 분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는 우선 기존 여야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고서 독자 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봤다. 안 원장이 총선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주시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안 원장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 표심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을 경우 주로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의 독자 출마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장외정치 위력이 약해지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즉 몸값 키우기로 폄하하는 기류도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독자 출마를 할 경우 대세론을 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후보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3파전을 펼칠 수도 있다며 대응 전략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안 원장을 우군으로 설정해 온 민주당은 복잡하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안철수 교수님이 어떤 방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눈 바가 없다. 그러나 좋은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문재인 상임고문, 손학규 전 대표 등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들은 모두 안 원장이 야권의 총선·대선 경쟁력을 키워줄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는 우려도 한다. 특히 안 원장이 야권의 기대주로 뛰다가 중도에 무책임하게 주저앉아버릴 경우를 가장 걱정한다.
문 고문은 최근 안 원장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최상위 순번에 추천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듯이 안 원장과의 관계가 각별하다. 문 고문은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이 총선에서 이 지역 승부에 힘을 보태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주자 안철수’에 대한 셈법은 상당히 복잡해 보인다.
손 전 대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안 원장 효과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특히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의 후보로 나서면 야권이 분열될 것을 걱정한다. 안 원장과 손 전 대표의 지지층이 많이 겹친다고 우려하면서도 안 원장 독자 출마 가능성은 적게 봤다. 정치권 전체적으로도 안 원장의 전날 발언을 몸값 끌어올리기 차원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춘규 선임기자·허백윤·송수연기자
taein@seoul.co.kr
2012-03-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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