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도움 요청 사실상 묵살…軍, 함장 입건 않고 징계만강대식 “철저한 수사로 한 풀고 유가족 비통함 달래야”
해군 3함대 소속 강감찬함 함장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일병을 ‘관심병사’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최근 해군본부 군사경찰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17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함장은 정 일병이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자 ‘병영 부조리’ 발생 대신 ‘관심병사’ 발생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가혹행위 신고 규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함장이 정 일병 사건을 ‘병영 부조리’로 판단하고 그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정 일병이 함장에게 세 차례나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묵살된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16일 폭행과 폭언을 당한 정 일병은 당일 함장에게 SNS로 피해 사실을 호소하고, 가해자 전출과 비밀유지를 요청했다.
함장은 정 일병의 보직을 어학병에서 조리병으로 변경하고 침실을 옮겨줬을 뿐, 가해자들을 다른 부대로 보내달라는 정 일병의 요청을 무시했다. 상급 부대와 수사기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정 일병은 3월 26일 자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함장에게 다시 연락했으나, 함장은 그날 밤 정 일병과 가해자 3명의 대화를 주선해 오히려 정 일병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도록 규정한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반하는 조치였다.
이틀 뒤인 28일 정 일병은 함장에게 거듭 본인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울러 정신과 치료와 육상 전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간절히 바랐던 강감찬함 탈출은 이뤄지지 못했고, 정 일병은 4월 5일이 돼서야 국군대전병원과 민간병원 위탁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강감찬함은 4월 8일 가해자 3명을 군기지도위원회에 회부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법무실에 징계번호를 요청해 정식 징계하는 행정 처분 대신 자체 규율에 맡긴 것이다.
정 일병은 함장에게 손을 내민 것과 별도로 국방헬프콜을 통해 다섯 차례 상담을 받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 일병은 6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정 일병 사망 이후에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은 더디게 이뤄졌다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7기동전단 수사실은 해군작전사령부 법무실에 함장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통보했으나 그를 피의자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유가족은 정 일병에 대한 왕따와 집단 따돌림, 생활반 내 추가 폭행 의혹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강 의원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부대장 상황 인식도 소홀했다”며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 한을 풀어주고 유가족의 비통함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