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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국회는 ‘용광로’ ‘정글’ ‘월화수목금금금’

나의 첫 국회는 ‘용광로’ ‘정글’ ‘월화수목금금금’

신융아 기자
신융아, 이정수, 기민도 기자
입력 2020-08-17 17:22
업데이트 2020-08-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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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초선 의원이 말하는 ‘국회 80일’

지난 5월 30일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80일째, 초선 의원들은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활발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초선 의원 6명(더불어민주당 김영배·김남국, 미래통합당 이용·조수진, 정의당 장혜영·류호정)을 17일 인터뷰했다. 초선 의원들에게 첫 국회는 “뜨거운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용광로”(김영배)이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조수진)이었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곳”(장혜영)이기도 했다.

27세 류호정 “난 평균에서 가장 먼 사람”
‘낯선 국회’.

21대 국회에 처음 발을 디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두 달여 경험한 국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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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류호정 의원,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8.12/뉴스1
지난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정장 입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에 파란을 일으킨 류 의원은 “저도 국회가 낯설고, 국회도 여성 청년 정치인인 저를 낯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 연령 55세, 남성이 81%를 차지하는 국회에서 (저는) 평균에서 가장 먼 사람이며, 어찌 보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올해 27세인 그는 21대 국회의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국회가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하고 경직돼 있음을 지적하며, 관행화된 국회 의전 문화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국회를 출입할 때 국회의원이 지나가면 보안 담당자들이 일어나 인사하는데, “이런 데 익숙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 전용 엘레베이터가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이 문제제기해 이제는 다 같이 탄다”며 “권력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동의 강간죄’(형법 개정안)를 대표발의한 류 의원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문제 공론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밀실 논의와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으로 공론화다운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내용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검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장혜영 “국회 문턱 여전...비교섭단체 제약”
‘차별금지법’ 촉구하는 장혜영 의원
‘차별금지법’ 촉구하는 장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14 서울신문DB
같은 당 초선인 장혜영 의원 역시 여전히 국회 문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국회 기자회견장의 수어(手語) 통역 제도화 등을 이끌어낸 장 의원은 “수어 통역 기자회견 후 장애당사자들과 차담회를 나누는데 소통관 푸드코트에 점자메뉴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국회가 장애가 있는 시민들에게는 보편적 공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될 수 없고 최대한 많은 분들이 실제 국회로 와서 경험해서 구체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꼭 바뀌어야 할 점으로는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방식을 꼽았다. 장 의원은 “현 국회법은 교섭단체법이라고 할 만큼 비교섭단체가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면서 “상임위의 정보를 얻는 것조차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교섭단체 간사의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 기준을 20명에서 절반 이하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회의를 열기 위한 회의는 이제 그만”
‘자치경찰법’ 발의하는 김영배 의원
‘자치경찰법’ 발의하는 김영배 의원 김영배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과제 중 하나인 ‘자치경찰법’ 발의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8.4. 김영배 의원실
두 차례 구청장과 대통령 비서실 민정비서관을 지내고 국회에 들어온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행정이 합리성을 추구한다면, 국회는 사람들의 마음과 열정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동학적 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출신도, 지역구도, 주장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뜨거운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이 뜨거운 용광로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회가 여전히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지난 원구성 협상을 지켜봤던 김 의원은 “국회법을 준수하자며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했는데, 이것이 소수의 당 지도부에 의해 좌절되는 것을 보면서 국회가 여전히 구시대 정당 리더십에 볼모로 잡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번째 요소로 ‘정치 개혁’을 꼽으며 “국회에서 회의를 열기 위한 회의는 그만하자”고 제언했다. 회의를 여는 것 자체로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며 힘을 뺄 것이 아니라, 일단 정해진 시간에 회의는 열리도록 하고 그 안에서 발언도 하고 반대도 하며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권력개혁 과제 중 하나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과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한 김 의원은 하반기 ‘마을민주주의 기본법’을 준비중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시민 역량의 수준이 매우 뛰어난데 주민자치법이 없다는 건 큰 구멍”이라며 “학교나 공동자산, 치안 등 마을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남국 “정쟁으로 국민께 실망...회의장 문화 바뀌어야”
국회에서 언제나 가장 격한 논쟁이 벌어지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김남국 의원 역시 “지나친 정쟁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드린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상임위에서 법안을 두고 토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많은 경우 정치적 공세로 흘러간다”며 “국회가 서로 경청하고 존중하며 토론하는 장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호 법안 발의하는 김남국 의원
1호 법안 발의하는 김남국 의원 검찰청법 개정안 등 1호 법안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김남국 의원. 김남국 의원실
지난 두 달 동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 등 10여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은 “앞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경청하며 민생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법안을 찾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며 여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초선으로 꼽힌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야당에 비해 조용하다는 평에 대해 “야당과 여당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며 “현안에 대해 정책을 준비, 집행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개별 의원이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언론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갈등 또는 혼선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공격수’ 조수진 “초선은 거침 없어야”
야당 의원에게 이번 국회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곳이기도 했다.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소속돼 정부·여당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7월 임시국회에서 “힘만이 지배하는 국회를 체험했다”며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상실한 채 ‘통법부’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반대토론 나선 조수진 의원
반대토론 나선 조수진 의원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보호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제안설명에 반대토론 하고 있다. 2020.7.30 연합뉴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소위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을 시도하자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비판했던 조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서 상임위원장 석에 다가가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말이라도 해서 제지를 시도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초선만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는 초선과 중진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라며 “초선은 거침이 없어야 하고, 중진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령에 따라서 초선을 견인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조 의원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옵티머스·라임 사태,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 사건,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사건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을 감시하는 등 상임위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최숙현법’ 이끌어낸 이용 “현장 목소리 담지 못해 아쉬움”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조사 촉구하는 이용 의원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조사 촉구하는 이용 의원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1 연합뉴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으로,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을 처음 공론화하고 체육인 인권보호 법제화를 이끈 통합당 이용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현장에 있는 선수, 감독들의 목소리를 담고 관련 데이터도 확보해 논의·보완했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법안이 됐을 것 같다”면서 “체육 정책들이 대체로 현장에서의 메시지가 묵살된 채 국회에서 정책만 가지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두 달여 국회를 경험하면서 개선됐으면 하는 것으로는 “본회의 등 발언 때 여야를 떠나 동료의원을 서로 존중하고 지켜보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호 법안으로 ‘체육인 복지법’을 발의했던 이 의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는 스포츠기본법 등을 추진해 생활체육과 학교체육 활성화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이 의원은 “나의 첫 국회는 진정성이다”라며 “보이기 위한 의정활동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진정성을 가슴에 담겠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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