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어”…작별상봉장 ‘눈물바다’

[이산가족상봉]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어”…작별상봉장 ‘눈물바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8-26 13:48
업데이트 2018-08-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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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이별 앞둔 3시간 마지막 상봉…南동생 통곡에 北오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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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가 된 이산가족 상봉
한편의 시가 된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2차 상봉을 위해 금강산을 찾은 북측 량차옥(82) 씨가 남측의 자매들에게 읊은 시. 김일성대 문학과를 나와 40년간 과학기술통신사에서 기자로 일한 량차옥 씨는 정식으로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사진은 남측 동행 양경옥 씨가 받아적어 취재진에 건낸 전문. 2018.8.26 연합뉴스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

남측 동생 박유희(83) 씨가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두고 울기 시작하자 북측 언니 박영희(85) 씨는 “통일이 되면…”하고 조용히 달랬다.

그러나 유희씨는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라며 끝내 오열했고, 영희씨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하며 동생을 다독였다. 자매는 전날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했다.

26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이산가족들의 작별 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다시금 긴 이별 앞에 놓인 가족들의 울음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작별상봉장에 30분 전부터 도착해 북측 가족이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렸다. 만나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황보해용(58)씨는 북측의 이부누나 리근숙(84) 씨가 상봉장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누나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해용씨와 황보구용(66)씨 등 동생들은 누나의 의자 밑에 무릎을 꿇고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리근숙씨가 한복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자 황보우영(69)씨는 얼른 자신의 손수건으로 누나의 눈가를 닦아줬다.

남측 동생 김정숙(81) 씨와 조카 황기준(63)씨는 북측 언니 김정옥(85) 씨가 함경북도 청진까지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정옥씨의 대답에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너희랑 아무리 가까워도 소용없어. 가지 못하니까… 나는 집이 멀어도 갈 수 있잖아….”

“또 만날 수 있어 언니” 하고 정숙씨가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남측 최고령 참가자인 강정옥(100) 할머니도 상봉이 끝나면 68년 만에 만난 북측 동생 정화(85)씨와 헤어져 멀리 제주도 애월읍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화씨가 언니의 팔을 주물러주자 강 할머니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삽시다”라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정화씨는 “그러면 얼마나 좋겠수. 마음은 그러나 할 수 없지, 작별해야 해…”라며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눌렀다.

앞선 단체상봉 때는 말수가 적었던 북측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측 여동생 정영기(84)씨 남매도 이날은 만나자마자 오열했다.

영기씨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고, 아이고”,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통곡하자 선기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남매를 지켜보던 북측의 남성 보장성원(지원인력)도 눈가가 벌게졌다.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슬픔은 커졌다.

남측 누나 김교남(92) 씨가 손을 꼭 쥐고 “(만난 걸 아시면) 엄마, 아버지가 좋아할 거야”라고 하자 북측 동생 김점룡(87) 씨는 “구정에 가야 하는데….”하며 눈물을 훔쳤다. 교남씨는 허공을 보며 깊은 탄식만 내뱉었다.

가족들은 이산의 한이 조금은 풀린 듯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정자(72) 씨는 북측 오빠 리인우(88) 씨와 전날 팔씨름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씨는 “아흔 살이 다 돼가는 오빠가 이겼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이라며 “마음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머니 뱃속에서 헤어져야 했던 아버지 조덕용(88) 씨를 만난 남측 조정기(67) 씨는 “개별상봉 때 아버지가 (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모든 말을 다 해주셨다”며 “당시 (북쪽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에 납득이 됐다”고 전했다.

건강 문제로 전날 중도 귀환한 최시옥(87) 씨의 남측 가족도 북측 여동생 최시연(79) 씨에게 시옥씨의 상태가 괜찮다는 소식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달랬다.

심인자(76)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며 “잘 사나 정도의 안부라도 묻는 게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북측의 외삼촌 윤병석(91)씨를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작별상봉과 공동중식까지 이어진 3시간의 마지막 만남을 통해 짧은 2박3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81가족 324명의 남측 상봉단은 작별상봉 뒤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떠나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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