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화해 무드, 상봉장 풍경까지 바꿨다

한반도 화해 무드, 상봉장 풍경까지 바꿨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8-22 18:00
업데이트 2018-08-2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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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선전보다 가족들 회한 푸는 데 집중
작별상봉 시간 늘리고 선물도 언론 공개
김정은, 南 편의 최대한 보장 지시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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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2018. 8. 22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2018. 8. 22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1차 상봉이 진행된 2박 3일간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북한의 태도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엄격한 통제보다 유연한 태도가 두드러졌다. 체제선전보다 이산가족의 회한을 푸는 데 집중했다.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 남북 관계의 진전이 새로운 상봉 풍경을 만든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21일 상봉 일정이 진행 중임에도 오늘 작별상봉 시간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데 북측이 동의한 것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으로 유연한 태도”라며 “북측 보장성원(행사 지원요원)도 예전보다 많이 친절해졌다”고 밝혔다.

북측이 취재진이나 남북 당국자의 배석 없이 이산가족끼리 점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남측의 제안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지난 21일 남측의 이산가족 89명을 비롯한 동반 가족 등 197명은 북측 가족 185명과 숙소인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북측이 준비한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1시간 동안 점심을 했다. 인도적인 측면에서도 이산가족의 사적인 만남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측이 남측 이산가족에게 준 선물이나 다과도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선물은 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 비단보자기 등이었고 다과 봉지에는 사탕, 초콜릿 과자, 강정, 배단물(음료), 금강산 샘물, 캔 커피 등이 들어 있었다.

대북소식통은 “이전에도 선물 증정은 있었지만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꺼렸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도 국산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이제는 구태여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에 대한 편의 부분도 달라졌다. 북측의 한 보장성원은 “남측 취재진 규모를 30명으로 늘렸는데 우리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우리 원수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께서 이번에 남측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 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말이 잘 됐다”고 말했다. 북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에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남북출입사무소(CIQ)의 수속이 빨라진 것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다. 상봉 행사를 주관한 대한적십자사의 박경서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통상 금강산 입경에) 3∼5시간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체가 1시간 10분 걸렸다”며 “이렇게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변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더디겠지만 (북측도) 실은 우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8-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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