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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론 놓고 한·미정상 발언 ‘미묘한 차이’…조만간 통화

대북 대화론 놓고 한·미정상 발언 ‘미묘한 차이’…조만간 통화

입력 2017-09-04 11:11
업데이트 2017-09-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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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긴 호흡” 투트랙 유지…트럼프 ‘압박 우선’ 선회 양상트럼프, 트위터서 “韓 유화적” 표현 논란…文대통령 “이땅에 전쟁참화 안돼”한·미정상 오늘 오전 통화 안 될 듯…대북공조 ‘긴밀한 관리’ 필요성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정책의 큰 방향타를 놓고 한·미 정상의 발언에 미묘한 차이가 읽혀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선 북한을 상대로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데 일치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문제를 놓고는 ‘결’이 다른 것처럼 비쳐지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향해 전례없이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큰 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지만, 종국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기조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긴 호흡으로 대북정책을 봐야 한다”며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대응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바꿔 말해 당장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고 있지만 일정 시점에 가서는 테이블에 앉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 정세의 긴장지수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현 시기 대북 강경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과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론 속에서 ‘투트랙’의 정책적 조합(policy mix)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표현되는 투트랙 기조에서 ‘관여’를 사실상 제외한 ‘압박 우선주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북 압박과 함께 ‘평화노선’을 유지해온 한국 정부를 향해 궤도수정을 주문하는 뉘앙스의 언급을 공개적으로 내놓아 외교적으로 미묘한 논란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their talk of appeasement with North Korea)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화적’이라는 표현은 국제관계에서 볼 때 상대 국가에 양보와 타협을 하면서 현상유지를 꾀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어 외교적으로는 부정적 어감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 정부가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그러자 청와대는 2시간 여 뒤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대한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일치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 중”이라고 하면서도 “한국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직접 체험한 국가다. 또다시 이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언급에 대한 불쾌감을 외교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미묘한 기류를 이유로 양국 정상이 북한에 대한 대응기조를 놓고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외교·군사단위에서 철저한 공동보조가 취해지는 상황 속에서 양국 정상이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정책적 방점’을 다르게 찍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한·미관계를 보다 긴밀하고 내실있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현재 외교·군사적 대응에 있어 공조를 취하는 차원을 넘어 확고한 소통과 협력체계를 구축해놓지 않을 경우 앞으로 언제 현실화될 지 모를 북·미 직접대화 또는 6자회담 등의 대화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기류 속에서 양국 정상은 핵실험 이튿날인 4일 오전까지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혀, 조만간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핵실험을 전후해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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