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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제3지대’ 뜰까…여론 뒷받침이 관건

개헌론·‘제3지대’ 뜰까…여론 뒷받침이 관건

입력 2016-12-09 14:23
업데이트 2016-12-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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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비주류+제1야당 非文+제2야당 ‘개헌연대’ 시나리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9일 국회 본회의 표결 이후 개헌론과 이를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개헌은 정치권의 화두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지만, 과도하게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등 현행 정치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게 명분이었다.

그러나 개헌론은 정치권이 ‘그들만의 리그’ 식으로 권력놀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 속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는 지난 10월말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던 박 대통령 스스로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찬물을 끼얹으면서 불붙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개헌을 공론화할 적기(適期)를 맞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집권 초기에는 막강한 권력을 쥔 현직 대통령의 반대로, 집권 말기에는 유력 대권주자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 온 개헌의 불씨를 살릴 기회를 잡았다는 게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가결되면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아직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지 않은 ‘권력의 진공상태’가 되고, 부결되더라도 이미 민심이 떠난 ‘식물 정부’로 전락할 공산이 큰 만큼 개헌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건은 개헌론이 현시점에서 어느정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탄핵표결을 전후해 개헌 논의를 띄우려는 움직임이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여당과 제1야당의 비주류에 제2야당이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일단 탄핵안 표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개헌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이철우 의원 주최로 열린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 창립 행사에는 김무성, 심재철, 정병국, 나경원, 권성동, 강석호, 김성태 의원 등 비주류의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적 지탄 속에 임기를 마치고, 때로는 불행한 최후를 맞은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시스템 탓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탄핵안 표결 이후 당내 세력을 ‘개헌파’와 ‘호헌파’로 나누고, 온건 성향의 중도·주류를 끌어들인 개헌파로 외연 확장을 시도할 태세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즉 비문(비문재인) 진영과 개헌을 고리로 손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양당 비주류의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이명박·박근혜의 문제지 자기들의 문제가 아니다’는 것은 궤변이자 반(反)노무현적 이야기”라며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국가 운영체계의 개혁을 주장한 제도론자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당장 개헌에 미온적이지만, 그보다 앞서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 개헌파의 범주에 국민의당을 끌어들이려 했다.

정치권의 개헌론은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패권 정치’로 규정하고 대안세력을 구성하자는 ‘제3지대론’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차기 권력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제3지대를 통해 창출할 새로운 권력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 중심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이미 이 같은 ‘비(非) 패권지대’의 세력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내년 초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실정치에 뜻을 둘 경우 이들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선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당력을 집중해온 터라 개헌론과 제3지대론이 얼마나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역시 박 대통령과 함께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데다 당장 계파 갈등과 지도부 교체 등 내홍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측면의 개헌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핵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촛불민심’이 정치권의 담론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각 정파가 대선을 앞두고 추진 중인 개헌논의가 어느정도 탄력을 받을 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당장 국민적 분노정서가 높고 정치혐오 분위기가 짙은 상황에서 개헌논의가 힘을 얻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며 “시간이 지나가면서 개헌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여론이 형성돼야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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