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들 “조기경선 文에 유리”…시도지사들 ‘촉각’
더불어민주당 내 잠룡들의 대선도전 선언이 잇따르며 대권시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대선 경선을 어느 시기에 치르느냐가 예민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전대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는 경선불복 사태를 막기 위해 ‘조기 경선’을 공약했지만, 후발주자들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너무 유리한 구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현여부가 미지수다.
특히 시도 지사들로서는 직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 또 재보궐선거를 각오하고라도 직을 던질지를 두고 상당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후발주자들 “文에만 유리”…조기경선론 ‘경계’ = 추 대표는 당권레이스 도중인 지난달 6일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당원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2012년 경선이 굉장히 늦었는데, 불복사태가 나니 당이 하나가 돼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대선 경선을 좀더 일찍 치러서 불복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이전에 이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후발주자들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분위기다.
경선이 빨리 시작되면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이 곧바로 경선판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나 안 지사는 단체장 직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는게 부담이다. 더민주 당규에 따르면 대선후보가 되면 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는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해도 후보들 입장에서는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직을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단체장직을 던져도 재보선이 치러지지 않는다면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 어렵게 확보한 단체장 자리를 여권에 넘길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기 경선으로 단체장 사퇴시점이 3월 이전으로 당겨지면, 4월에 그 자리를 두고 재보선이 치러진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4월 재보선 날짜보다 한달 이전에 단체장들이 사퇴할 때에만 선거를 치르도록 돼있다.
2012년에도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직을 던지고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경남지사 자리를 넘겨준 ‘트라우마’가 있다. 박 시장이나 안 지사의 경우 조기경선으로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지사 측은 우선 경선단계에서 사퇴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 역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박 시장의 경쟁력 중 하나가 서울시정을 잘 이끌었다는 것인데, 경선 과정에서 사퇴하는 것은 전략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중도 사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은 그러면서 조기경선론 자체에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조기경선을 하자는 주장의 논거가 굉장히 궁색하다”며 “특정후보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지도부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도 “조기경선을 하면 박 시장이나 안 지사에게만 부담을 지운 채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 김 의원의 유불리를 떠나 역동성이 살아나는 공정한 경선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지도부 신중론…文측 ‘속내 복잡’ = 더민주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안규백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관리가 생명”이라며 “경선시기는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우리 당 만이 아닌 여당의 흐름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역시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의 대권도전이 점쳐지는 만큼 여당의 대응을 살피겠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 측 역시 말을 아끼면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선의 시기는 경선판의 향배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속내가 다소 복잡해 보인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아직은 이 문제를 거론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문 전 대표 주위에서 논의가 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2012년의 경우 지나치게 후보가 늦게 정해져 국민들에게 후보를 알릴 시간이 적었다”며 “일찍 후보를 정하면 안정적인 캠페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조기경선론의 취지에 공감했다.
반면 다른 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역시 최대한 공정한 관리 속에 후보가 되기를 원할 것”이라며 “편파성 논란이 불거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 문 전 대표 측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