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더 없었나…여전히 남는 의문점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더 없었나…여전히 남는 의문점

입력 2015-12-17 13:52
업데이트 2015-12-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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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술평가 단 한 차례…대부분 미측 자료에 의존 ‘한계’‘주피터’ 독성물질 15종 취급…2종 이외 반입 없었는지 의문

올해 4월 발생한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사고를 조사해온 한미 합동실무단이 ‘과거에도 주한미군에 15차례 탄저균 샘플이 반입됐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양측이 공개한 것 외에 유사 사례가 더 없었는지, 제독을 포함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등 몇몇 의문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 합동실무단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4월 오산기지에 탄저균 샘플을 배달한 것 외에도 2009년부터 작년까지 15차례 주한미군 기지로 탄저균 샘플을 보냈다.

올해 4월에는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각각 1㎖ 분량의 탄저균과 페스트균 샘플을 배송했고 이전에는 용산기지로 탄저균 샘플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실무단은 용산기지로 반입됐던 탄저균 샘플의 양과 구체적인 배달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가 불거졌을 때 일각에서는 탄저균보다 독성이 강한 보툴리눔이 반입됐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이는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미 합동실무단의 조사 결과는 주로 미국 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실무단은 지난 8월 6일 오산기지를 방문해 현장 기술평가를 한 것 외에는 대부분 미국 측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 없는 구조다.

주한미군의 생물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의 독성물질이 다양하다는 점은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외에 다른 독성물질이 반입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긴다.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그램이 다루는 생물학 작용제는 15종이 넘지만 한국에는 탄저균과 페스트균 2종만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합동실무단의 조사 결과가 올해 4월 탄저균 배달사고에 관한 미국 측의 기존 해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의문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사고가 불거진 지난 5월 29일 한국에서 탄저균 샘플 실험을 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과거에도 15차례 주한미군 기지로 탄저균 샘플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 측은 “주한미군사령부의 해명은 오산기지에서 수행한 탄저균 샘플 실험으로는 당시 사례가 처음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바꾸기’를 포함한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 측이 탄저균 배달사고의 파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 인상을 준 만큼, 합동실무단의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군이 탄저균을 반입해 실험한 다음 뒤처리를 제대로 했는지에 관한 의혹도 남는다.

주한미군 오산기지에서는 지난 4월 탄저균과 페스트균 샘플을 반입해 희석 처리한 다음 5월 20일과 26일 일부를 실험에 사용하고 멸균 비닐백에 넣어 고압 멸균을 거쳐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닐백을 포함한 폐기물은 전문 의료 폐기업체가 소각했다.

나머지 샘플은 같은 달 27일 미 국방부의 폐기 지시에 따라 8.25%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침수돼 제독 처리됐다. 이 용액은 실험실 싱크대를 통해 폐수처리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서는 탄저균이 완전히 살균되기 때문에 방류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독성물질 반입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남지만, 부주의로 인한 피해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실무단은 이날 주한미군 용산기지에서 열린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에 탄저균 배달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주한미군의 생물학 검사용 샘플 반입 절차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출했다.

SOFA 합동위원장 서명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권고안은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을 반입할 때 우리 정부에 샘플의 종류와 양, 용도, 배달 방법 등을 통보하도록 했다.

또 한국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원할 경우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검사를 하고 한국 측이 요청하면 양국이 공동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는 타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검사용 샘플 반입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조치라고 합동실무단은 강조했다.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반입하는 모든 생물학 물질의 포장과 배송이 국제적인 규정에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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