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협의 가속화’ 협상 앞두고 ‘기싸움’ 본격화

한일, ‘위안부협의 가속화’ 협상 앞두고 ‘기싸움’ 본격화

입력 2015-11-06 13:37
업데이트 2015-11-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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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속협상 염두 노골적 ‘여론전’…韓, 상황관리 속 신중대응

한국과 일본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이후 본격적인 후속 협상을 앞두고 치열한 ‘장외 기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일본은 정부 관계자의 잇따른 발언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협상 흐름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신중하지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 측이 검토하는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과 정상회담 성사 과정 등을 둘러싼 보도가 쏟아졌다. 대부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형태였다.

이런 보도들은 일본의 입장을 교묘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수의 일본 신문들은 1995년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으로 ‘인도적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대두하고 있다는 보도를 정상회담 다음날인 3일 내놨다.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 주도라는 점에서 피해자들을 법적 배상이 아닌 ‘인도적 자선사업’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설립 당시 국내 피해자 운동 진영에서 제기됐다.

우리 정부도 일본이 군위안부의 강제적·조직적 동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국가 차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언론의 보도는 일본 정부가 해결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부각하면서, 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자국 입장 쪽으로 협상 구도를 끌어오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관측통은 “아시아여성기금은 이미 실패한 틀(framework)”이라며 “이를 확대하는 것은 해법은 아닌 듯하다”고 평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으로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副)장관의 발언도 한일간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5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공은 한국 쪽에 있다”면서 “어떤 방안이면 성의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한국의 제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가해자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기존 입장을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9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를 통해 양국은 상당히 견해차를 좁혀 핵심 쟁점에 대한 ‘결단’을 남겨둔 상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종 합의안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할 후속 협상은 양국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렵고 첨예한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회담 당일 일본 방송에 출연해 ‘군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고 언급한 것도 협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 차원에서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찬 개최 여부 등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양국이 주고받은 협의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은 공식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이 미국 등을 의식해 한국의 대일관계 개선 의지를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당국자의 설명 등을 통해 대응하면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등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서 일본 측에 문제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기대한 것보다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면서 “이를 잘 살려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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