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양보를 기본으로 깔고 하는 것”
국회의장직 퇴임을 앞둔 강창희 국회의장은 27일 국회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양보를 기본으로 깔고 하는 것”이라면서 정치권에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다.또 국회선진화법으로 폭력사태와 날치기가 사라져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실을 점거당하지 않은 의장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논란이 많지만 당장 법을 고치기보다는 2년 더 법을 이행한 뒤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강 의장은 최근 정부내 특정지역 인사 편중 논란에 대해 “지역안배를 해야 한다”고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창희 국회의장
▲대과없이 마쳤다고 생각한다. 대과없이라는 말이 힘들다는 것 새삼 느꼈다.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
▲19대 국회 전반기는 국회선진화법을 처음 적용한 국회였다. 찬반 논란이 많다. 동물국회보다 식물국회가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그런데 예산안이나 쟁점법안들이 (처리가) 안될 것 같은데 결국엔 다 되더라. 작년 연말에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당에서) 강행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협의)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설득하며 많이 참았다. 그랬더니 다소 처리가 늦어지긴 했지만 다 됐다. 국회선진화법은 유례없는 법이고 한국적인 현상이지만 남은 2년간 잘 지켜보고 19대 국회가 끝난 뒤 평가해야 한다. 나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한번도 의장실을 점거당하지 않은 의장이 됐다.
직권상정이(란 제도가) 있으면 못참도록 유혹한다. 하지만 참으면 변화가 생긴다.
--여야 원내지도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얼마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신임 인사차 왔을 때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얘기했다. 정치는 양보를 기본으로 깔고 하는 것이다. 어느 타임에, 얼마 만큼 양보하느냐가 정치력이다. 양보없이는 타협이 없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지금 원내대표는 예전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원내대표는 적어도 상임위원장을 해 본 의원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꽃은 상임위원장인데, 상임위원장을 하게 되면 여야간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경험과 정치력을 쌓게 된다. 그렇게 되면 4선 의원 정도가 원내대표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일문일답식인 대정부질문도 일괄질의, 일괄답변 방식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문일답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답변하느라 들고나면서 허비하는 시간이 많고, 깊이가 없고, 공방만 이뤄진다. 대정부질문의 격도 예전에 비해 떨어진 것 같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왔는데, 청와대와의 관계가 불편한 적은 없었나.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 대통령이나 청와대로부터 (전화나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와서 야당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래서 정무수석에게 “지금 야당은 얘기가 될만한 야당이다. 더 노력해라”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후배 의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할 몇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협회나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국에 나가면 안 된다. 결국엔 다 알려진다. 이번에 세월호참사로 드러난 선주협회 경우가 단적인 예 아닌가.
--최근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대법원장, 국회의장 후보 등 현정부 5부요인이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어서 논란이 되는데.
▲ 예전에 군사정부때도 지역안배를 했다. 이제는 지역안배를 해야 한다. 자기 시야에서만 보면 좋은 사람이 안보인다.
--향후 계획은.
▲국민이 뽑아준 만큼 앞으로 남은 2년간은 국회의원으로서 성실히 일할 것이다.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으려고 한다. 국회의원을 마치면 다른 보람있는 일을 찾아봐야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