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후보 문재인] 文, 정신 지키며 계파색 지우기 安, 디지털식 타이밍·메시지 정치

[민주 대선후보 문재인] 文, 정신 지키며 계파색 지우기 安, 디지털식 타이밍·메시지 정치

입력 2012-09-17 00:00
수정 2012-09-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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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비교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기만 한 초보 정치인 2명이 마주쳤다. 그것도 정치의 최정점인 대통령 선거판에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제 정치에 걸음마를 뗀 초선의원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 90여일을 앞둔 시점에 정치 참여를 선언한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대학 교수다. 기존 ‘정치스타일’대로라면 시시하게 끝날 대결이다.

그런데 판세 전개가 심상치 않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이 새로운 정치 문법을 들고 정치판에 등장한 까닭이다. 정치 초보이지만 초보 같지 않다. 둘 다 ‘기성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웠다. 기존 정치와 거리를 두며 참신함과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했다. 국민에게 허물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대의 요구·부름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상생과 통합·소통,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이들은 기존 정치를 불신하고 환멸을 느끼는 국민의 표심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지지층 확보에 나섰다. 그것이 통했다. 경선을 거듭하며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점차 상승했다. ‘안철수 신드롬’도 여전히 유효하다.

둘의 정치 문법은 각론에서 차이가 난다. 문 후보는 “정치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여전히 어색하다.”며 정치 신인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을 고스란히 자신의 정치경험으로 환원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정치 경험이 없으면서도 있는 셈이다. 이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대통령이 되면 잘 고쳐나갈 수 있고, 제도권 정당 정치는 처음이니 다른 정치인에 비해 때가 덜 묻었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문 후보는 경선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친노’(친노무현)라는 주홍글씨도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는 최근 출간한 ‘사람이 먼저다’에서 “저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친노 색깔 지우기는 문 후보의 급선무가 됐다. 경선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이런 까닭에 문 후보는 친노에서 계파 색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 ‘탕평 선대위’가 그 일환이다. 계파는 청산하고 ‘노무현 정신’만 오롯이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안 원장의 정치 문법은 ‘시대적 타이밍’이다. 기존 정치가 현실을 따라가기에 벅찬 ‘늙은’ 정치라면, 안 원장이 제시하는 정치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젊은’ 정치를 표방한다. ‘사부’ 이미지는 기존 정치인에게 없는 안 원장만의 정치 문법이다. ‘메시지 정치’도 새로운 방식이다. ‘창의성’의 상징이 된 미국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투영됐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2-09-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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