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무현재단 조문 불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정부의 ‘제한적 조문’ 방침에 따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정부가 21일 노무현재단의 조문 요청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날 김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만 ‘답례 조문’을 허용했다.
김천식 통일부차관은 이날 오후 노무현재단 측을 찾아 “노무현재단의 조의문은 판문점 공식채널을 통해 북측 장례위원회에 전달하겠지만 조문단 방북은 국민 정서를 감안해 김 전 대통령과 정 전 회장의 유족만 허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재단 측은 이날 김 차관과 가진 회동에서 정부의 불허 방침에 유감을 전했다.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조의문 전달은 바람직하지만 조문단 방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김 위원장과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킨 점을 고려해도 정부의 불허 방침은 아쉬운 점이 많다.”며 정부가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정부가 신중하게 결정한 만큼 불허 방침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정부 방침에 항의하면서도 자칫 조문 문제를 둘러싼 남남 갈등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조문 방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참여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문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중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에 조문이 갖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김 전 대통령 측과 노 전 대통령 측을 선별하는 자체가 정치적인 접근법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 측은 조문을 위한 방북 일정과 대상, 방법 등을 놓고 정부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정부 측에 조문단으로 몇몇 사람을 요청했고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문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조문 불허 방침에 대해서는 “이번 계기를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을 안정시키는 것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10·4선언을 함께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조문도 함께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1-12-22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