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과학벨트 어떻게 선정되나

‘뜨거운 감자’ 과학벨트 어떻게 선정되나

입력 2011-04-03 00:00
업데이트 2011-04-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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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무산된 뒤 정치권과 지자체의 관심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에 집중되고 있다.

 과학벨트는 정부 추진지원단 추정(2009년 1월) 예산 규모가 약 3조5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로,그 만큼 각 지역의 사활을 건 유치 경쟁 열기도 뜨겁다.

 과학벨트 입지는 오는 7일 출범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이하 과학벨트위원회)와 산하 분과위인 입지평가위원회가 상반기 안으로 심의,결정하게 된다.과학벨트위원회의 수장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맡는다.

 과학기술인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세계적 석학들이 연구하고,살고 싶어할 만한 창조적 연구 환경‘이라는 당초 과학벨트 조성 취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총리실 산하 과학벨트위‘는 법상 불가능=우선 과학벨트 입지와 관련,일각에서는 ’총리실 산하 과학벨트 입지선정위원회‘가 꾸려져 여기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동안 관련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대답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이 언급된데다,지역간 갈등 이슈를 총리가 나서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법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오는 5일 발효되는 과학벨트특별법에 따르면 입지 선정을 포함해 과학벨트의 기본계획은 전적으로 과학벨트위원회가 심의,결정하게 된다.

 과학벨트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교과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국토개발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차관 6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과학벨트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의 하나인 ’입지평가 위원회‘가 심사·평가할 사안이다.입지평가 위원회는 10명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되며,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다.

 ◇ 과학벨트 입지 요건은=입지 평가에 앞서 구체적 선정 기준도 위원회에서 정하겠지만,과학벨트 부지가 갖춰야할 기본 조건은 과학벨트법에 이미 제시돼있다.

 과학벨트법에 규정된 기본적 입지 요건은 △연구·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 △우수한 정주환경 조성 정도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확보의 용이성 △지반 안정성 및 재해 안정성 등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요건에 맞춰 입지평가 위원회가 평가 기준을 만들고 평가 방식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지 선정은 과학벨트 기본계획의 일부지만,정치권과 지역 갈등이 커지고 있는만큼 하반기 전체 기본계획 확정에 앞서 상반기 중으로 입지 평가 결과만 우선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유치 경쟁 가열..분산배치 주장도=현재 과학벨트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은 대전·충청권,광주·호남권,포항·대구·경북권,창원·경남권,과천·경기권 등이다.사실상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과학벨트 유치전에 뛰어든 셈이다.

 더구나 최근 영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하면서,남아 있는 최대 국책 프로젝트인 과학벨트 사업을 둘러싼 지역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일부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과학벨트를 여러 지역에 걸쳐 분산 배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시는 호남,영남,충남권을 묶는 ’삼각 과학벨트‘ 구상을 제안한 상태다.광주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 가속기를 설치하고 영남,충청권에 제2,제3 캠퍼스를 두자는 것이다.영남권은 긍정적 반응이지만,충청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 과학기술계 “분산 배치는 과학벨트 망치는 일”=그러나 과학기술인들은 대체로 이같은 지역 분산 배치 주장에 대해 “정치적,지역적 이해 관계 때문에 과학벨트 원래 취지를 망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과학벨트의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비즈니스 기반 △과학과 문화가 융합된 국제적 도시환경 등이 지역적으로 크게 분리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로,과학벨트의 요소들이 분산되면 과학벨트 조성의 근본 목적인 ’세계적 석학과 과학기술인재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경고다.

 서울소재 대학의 한 물리학과 교수는 “원래 과학벨트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도 거점지구에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가 함께 들어가는 것을 가정하고 처리된 것으로 안다”며 “중이온가속기 같은 핵심 시설이 없는 기초과학연구원은 그냥 일반 대학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재들이 한 곳에 모여 동료들과 맘껏 연구하며 살고 싶은 창조적 연구환경을 만들자는 게 과학벨트의 취지”라면서 “그에 필요한 필수 시설과 연구자를 위한 정주 도시 등을 지역 이익에 맞춰 해체하는 것은 당초 구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는 또 과학벨트 기본 구상에 이미 ’지역 분산‘ 개념이 포함돼있다고 설명한다.기초과학연구원이 50여개 연구단으로 구성되는데,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기초과학연구원에 본원에 두고 나머지는 모두 전국 대학이나 연구소,심지어 해외연구소 등에 ’사이트 랩‘(Site-Lab)으로서 분산 설치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과학벨트와 기초과학진흥‘을 주제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이충희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거점지구 분산배치론은 지역이기주의 안배일 뿐 벨트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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